허물어버린 집이 요즘꿈속에 나타나 온다할머니 어머니가 사셨다돌아가시고 나서허물어버리면 안 될 집을 허물어버렸다그 할머니 어머니 꿈속에 없어도그 집이 꿈속에 나타나 온다대추나무감나무당유자나무산수국매화나무후피향나무동백나무채송화 몇 그루저 멀리 혀 빼물고 헬레헬레진돗개 진구가 나타나 온다시간이 사라져 없는 풍경 속으로오늘도 들어가 풍경을 바라보다가 나도풍경이 된다 어느새<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살다보면 결코 부셔도 안되고 허물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오래된 우정, 약속, 부모님 은혜, 신의(信義) 같은 추상어에 담긴 구체성의 행위 등이 그것이다. 우정을 얻기까지의 시간들이 있고 약속을 하기까지의 노력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부모님은 나의 몸과 세상을 주셨음으로 그 은혜를 여하한 경우라도 잊으면 안되는 하늘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신의(信義)는 목숨이나 다름 아니다. 삶의 가치인 것이다.또 하나 허물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너무나 쉽게 허물어버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추억이 서린 옛집이다. 곰방대 문 할아버지가 계셨고, 투박한 손으로 머리 쓰다듬어주신 할머니가 사셨고, 가마솥에 군불 때고 계시던 다정한 어머니의 애틋한 미소가 있었으며 든든한 버팀목의 아버지의 그윽한 눈매가 있는 옛집은 허물어져서는 안되는 것들만 모여 있는 곳인데….사라져버린 것이다. 어쩌면 사람이 떠나면 함께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겨놓을 수는 없었을까. 그곳에서 정겨운 시간들을 함께 했던 감나무그네, 매화향기 밴 매화차, 사랑방에서 바라본 겨울동백꽃, 당유자, 후피향, 산수유나무랑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데 …. 이제는 그것을 추억하는 내가 그 속의 풍경이 되어버렸다. 한 장의 수채화로 남은 액자 속의 내가 있다. 진돗개 진구도 어느 새 내 곁의 풍경으로 화석화 되어있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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