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 채취 이후 생계 방식 중가장 오래된 미래는 유목이라고 한다땅이야 하늘이 선물한 공동의 것땅이 재산이 될 때 땅이 인간을 지배하리니누구든 초원을 소유하지 않는다목마른 들판은 풀을 키울 수밖에 없어서한 곳에 오래 머물면 살갗이 드러난다생존하려면 반드시 옮겨가야 하고움직이려면 최소한의 물자만 필요한 법가축이든 물건이든 차고 넘치면 짐이다말달려 왔다가 말달려 가는 삶하늘이 준 대로 한동안 빌려 쓰다가말하지 않아도 반드시 돌려주는 유목은역사에서조차 자신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떠도는 삶을 유목 생활이라 하고 그 삶을 즐기는 사람을 유목민이라 한다. 땅에게 지배당하지 않는 유일한 지상의 사람이 유목민인 것이다. 인간이 어디든 머무르는 순간부터 집착하는 것에 종속된다. 그 집착하는 것이 땅이라면 땅에게 종속된다. 그것은 자신의 굴복을 의미한다. 애착을 갖는 것이나 집착하는 것이 있으면 벌써 땅의 것들에게 명령을 받고 복종하면서 살아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가장 오래된 미래가 유목’이라고 한 ‘헬레나 노즈베리 호자’의 생각에 동감한다. 땅을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본다면 지상에 남겨야 할 것들도 어쩌면 하늘의 것이기에 소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유목의 삶은 모든 것을 짐으로 본다. 최소한의 물자만을 갖는다. 입어야 할 옷 두 벌 정도, 밥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가재도구, 그리고 이동 수단 정도가 필요하리라. 말 달려 왔다가 말달려 가는 삶이기에 소유해야 할 것이 극히 적어야 한다. 하늘이 준 대로 한동안 빌려 쓰다가 반드시 돌려주는 물건이라 생각하기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다. 자신이 이 지상에서 살았다는 역사조차 남기지 않는 삶이 유목생활인 것이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초원이 있다면 유목민은 행복하리라. 소유하지 않기에 짊어져야 할 책임이 없는 자유, 머물지 않기에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자유, 유목은 방황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이며 선택이다. 어쩌면 안일을 탈피한 새로운 도전이다. 멋진 일이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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