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누워 계신 봉분封墳 고봉밥 같다 꽁보리밥 풋나물죽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데 늘 남아도는 밥이 있었다 더 먹어라 많이 먹어라 나는 배 안 고프다 남아돌던 어머니의 밥 저승에 가셔도 배 곯으셨나 옆구리가 약간 기울었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꽁보리밥 풋나물죽’이 밥상의 전부인 가난한 시절의 어머니는 자식들 밥 먹이는 일이 어머니 일의 전부였다. 늘 배고픈데 어머니 얼굴에 마른버짐이 있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자식들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는 일이 더 중요했다. 빈혈로 휘청대도 그것은 어머니에게 늘 있는 일이었다. 당신이 밥을 굶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배가 고프지 않다고 했다. 꽁보리밥이라도 배불리 자식들에게 먹일 수 없는 형편을 한탄할 뿐이었다. 어머니는 그랬다. 그 시절 어머니들은 그렇게 가난했고 자식들은 어머니 때문에 그토록 부자였다. 거기에 비해 어머니의 밥은 늘 안쓰러움과 측은함으로 눈가를 촉촉하게 했다. 그런 어머니를 둔 이무원 시인은 영면에 드신 어머니의 봉분을 바라보며 고봉밥 같다고 했다. 생전 어머니가 “더 먹어라. 많이 먹어라”라고 하신 말씀이 귀에 쟁쟁해서일 것이다. 철없던 시절 어머니의 밥마저 뺏어 먹고 쿨쿨 잠들어버린 사이 어머니는 자식이 흘린 밥 낟알 한 개조차 아까워 주워 먹었다는 사실을 꼬부라진 어머니의 등을 보고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한줌 밖에 남지 않은 어머니의 허리를 보고 알게 되었지만 이미 어머니는 이 세상 분이 아니었다. 깨달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었다. 그래서 봉분마저 불쌍해 보인 것이다. 그 봉분이 그토록 가엷어 보인 것이었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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