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북촌 너븐숭이 공원비에 젖는 수묵담채화 바위 웅덩이 옆오래된 소나무가 추사체로 서 있네그해 겨울 맨 손톱으로 판바위 구덩이에 빗물이 팽팽 차오르자피가 배어나온 붉은 수련들개와 까마귀와 벌레가 뜯어 먹다 버린찢어진 살덩이 하나둥근 잎 굴리며 붉게 떠올랐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제주 북촌 ‘너븐숭이 공원에 비를 맞고 있는 오래된 소나무가 추사체로 서 있는 언덕에 서 본다. 제주에 유배 온 추사 김정희 선생을 기리는 소나무였을 것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유배 온 자신을 위해 귀한 책을 중국에서 구해 온 이상적(李尙迪) 에게 깊이 고마워했다. 외롭고 한스러운 시절, 가장 어려울 때 잊지 않고 찾아와 준 그 의리에 감동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선물로 준 『세한도』에 추사 선생의 마음이 담긴 글귀가 있다.‘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 然後 知松柏之 後凋)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는 의미인데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인품이 드러난다는 것. 몸과 마음이 힘든 유배 생활, 시인은 추사 선생의 마음을 절절히 느낀 탓일까. 수련을 ‘피가 배어 나온, 들개와 까마귀와 벌레가 뜯어 먹다 버린 찢어진 살덩이 하나’라고 했다. 유배 생활에서 마음이 상처로 찢어진 살덩이 같았음을 수련에 비유한 것이리라.그럴 때 잊지 않고 찾아와 마음을 다독여주는 이가 있다면 그 고마움은 깊숙이 각인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의리는 늘 빛나는 마음의 둥지다.제주 너븐숭이 공원에 가 볼 일이다. 가서 수묵담채화를 그린 듯 먹물이 흘러내리는 추사체 소나무 한 그루 비 오는 날 보고 올 일이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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