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단순히 상호이해를 위한 교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정신이 그 힘의 내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과 대상 사이에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될 참된 하나의 세계라는 감정이 마음속에서 정말로 깨어난다면, 우리의 마음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언어 안에서 찾아내고 더욱더 많은 것을 언어 안에 넣는 참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일반언어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독일의 언어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는 언어의 힘을 이같이 정의했다. 언어와 사유의 관계를 밝힌 그의 언어 철학은 레오 바이스게르버, 한스 기퍼 등 훔볼트 학파 학자들은 물론 페르디낭 드 소쉬르, 노엄 촘스키 등 후배 언어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훔볼트의 언어 철학을 조명한 묵직한 연구서가 나왔다. 국내 훔볼트 언어학 연구의 권위자인 허발(85) 고려대 명예교수가 펴낸 `언어와 정신`이 그것이다. 훔볼트의 전집 원전을 토대로 훔볼트의 언어학을 집대성한 이 책은 허 교수의 역작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노교수는 이 책에서 언어와 정신의 불가분성과 그것의 의미를 언어철학적으로 탐구하며 인간의 삶에서 언어가 갖는 의미를 폭넓고 깊이 있게 분석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 10여 편을 정리해 책에 담았다. 머리말에는 `상아탑의 비실용 학문`으로 간주되는 언어학을 한평생 연구한 노학자의 학문적 자부심과 후학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언어학은 오늘날 `상아탑의 비실용 학문`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글쓴이는 감히 이렇게 책을 쓴다. (중략) 글쓴이는 오직 한 가지 신념을 고수하면서 훔볼트-바이스게르버 학파의 지적인 업적을 엮는다는 자부심에서 이 책을 펴내기에 이르렀고, 이제 이를 지금의 언어학자들, 그리고 앞으로 언어학에 발을 들여놓고자 하는 젊은 학도들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 교수는 5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한평생 학문을 하면서 외부에 피알(PR)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사람들이 언어의 문제를 너무 소홀히 여기는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 그 이상의 것"이라면서 "정신과 언어는 떼려야 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대왕이 우리 글을 찾아낸 것은 아주 위대한 일입니다. 말의 밑바닥에 정신이 깔려 있고 말 속에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말과 정신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말은 끊임없는 정신의 활동입니다. 말을 제대로 해야 생각도 행동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열린책들. 568쪽. 2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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