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이란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에 잠정 합의했다고 4일(현지시간) EU 외교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들은 이란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반대 입장을 철회함으로써 "이란산 석유 금수 조치를 추진하기로 27개 EU 회원국 간에 원칙적인 합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그리스가 금수 조치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그러나 EU 소식통들은 "아직은 큰 틀의 정치적 합의만 이뤄졌을 뿐 구체적인 금수 조치 시행 시기와 방법 등에 관한 이견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30일 열리는 EU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금수가 공식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쥐페 장관은 "이란산 석유를 수입 중인 일부 EU 회원국에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실제 대안들이 있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는 (금수라는)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30일 금수가 공식 결정돼도 실제로 즉각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EU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선 EU 금수 조치의 시행은 미국의 국방수권법이 실제 발효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6개월 정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이 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또 기존에 유럽 업체들이 이란과 체결한 석유 수입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야 금수를 시행하는 등의 예외 조항이 도입되는 등 실질적 제재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고 EU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금수 조치를 지지하지만 이탈리아 업체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여 이러한 예외 조치들이 도입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만약 미국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은행 등을 제재키로 한데 이어 EU가 금수조치를 실제 단행할 경우 이란으로선 엄청난 경제적, 외교적 타격을 받게 된다. EU는 중국 다음으로 이란산 석유를 많이 구매하는 주요 고객이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EU의 잠정합의에 대해 "반가운 소식"이라며 "그 조치가 이란을 경제적으로 숨 막히게 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EU가 유럽인들에게 이롭지 않은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금수조치를 시행할 경우 유럽은 타격을 받을 것이지만 이란은 새 수출처를 찾아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과 미국 간 대결로 폭등한 국제 유가는 이날 EU의 금수 잠정 합의 소식 이후 더 뛰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유럽 유가의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는 EU 제재 잠정 합의 보도가 나오자 한때 2개월래 최고치인 배럴 당 113.97달러로 뛰었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 대해선 EU 회원국 간 이견이 여전하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오후 중반장에 112.75 달러로 내린 데 이어 저녁시간대부턴 전날 대비 1.08% 상승한 배럴 당 111.34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