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성낙성기자] 한국소방사에선 대연각 호텔 화재를 기준해서, 전후로 나뉜다. 1971년 12월 25일에 터진, 서울 대연각 호텔 화재에서 163명이 사망했다. 63명이 부상했다. 그 당시로선 고층건물 화재에 대응할, 고가 사다리가 없었다. 이때부터 소방은 고가 사다리 소방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 같은 고가 사다리 소방차가 한국소방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나마 이것도 힘을 못 쓴, 화재가 2008년 2월 10일에 일어난 화재이다.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소실됐다. 전 국민적인 성원에 큰 힘을 얻어 2013년에 5년만에 복원됐으나 뒷말이 많았다. 2005년 4월 5일에 관음보살(觀音菩薩)을 친견(親見)할 수가 있다는 강원도 낙산사(洛山寺)가 전소됐다. 2018년 9월 2일 브라질 국립박물관의 화재다. 한국으로 치면, 국립중앙박물관에 화재가 나서 소장품 대부분이 소실된 수준인 대참사이다.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1818년 6월 6일에 포르투갈 국왕 주앙 6세가 왕립박물관으로 설립했다. 남미 최대의 자연사박물관이다. 소장품도 2천만점에 달한다. 생물학, 고고학, 지질학 관련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유물들이다. 다음은 지난 15일 발생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의 화재이다. 1163년 건설을 시작한 이래 많은 건축가들의 손에 의해 무려 170년이나 걸쳐, 1330년 완공된 성당이다. 고딕(Gothic)건축의 걸작이다. 고딕은 대구의 계산성당의 모습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1455년에 이곳에서 잔 다르크(Jeanne d’Arc)의 명예회복 재판이 거행돼 마녀에서 성녀로 다시 태어났다. 내부 중앙에는 13세기에 만들어진 지름 13.1m 크기로 유럽에서 가장 큰 장미창(Rosace)이 있다. 창은 각각 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수많은 왕과 황제의 대관식이 거행되고, 왕족들이 이곳에서 세례를 받았다. 드골 장군, 미테랑 대통령의 장례식도 이곳에서 거행됐다. 화재 그 후에, 모두가 복원의 과정을 거쳤거나, 준비 중이다. 문제는 낙산사의 범종이 녹아내렸다. 범종을 복원했다. 이때의 복원도 겉모습 재현의 시늉이 아닌가 한다. 녹아내리기 전의 새벽 예불이나 저녁 예불에 불교 사물(法鼓, 木魚, 雲版, 梵鍾)의 소리는 우리의 기억에만 존재할 뿐이다. 복원해도 그때 그 울림까지 복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국내 목조건축 문화재는 모두 469건이다. 종묘와 궁궐, 전통사찰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도 들어 있다. 더 문제는 옛 절터인 사지(寺址) 벌판에 선, 나 홀로 문화재이다. 문화재는 화재나 풍우에 취약하다. 기억에만 존재한다고 해도 모든 문화재를 레이저 3D스캐너로 만들어 둬야한다. 불탄 다음에 복원하려해도 이것마저 없다면, 무엇을 근거로 복원이나마 할 수 있을까. 요즘 지진도 부쩍 잦다. 모두가 문화재의 안전을 위협한다. 문화재의 흑역사(黒歴史)를 쓰지 않는 후손이 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