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란 무슨 뜻일까?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도 지속하는 것`을 일컫는다. 차를 몰고 군중 속으로 질주하는 행위에는 특정인을 살해하려는 인식은 없지만, 자기 행위로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누가 죽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의사가 있었으므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 살인죄가 성립한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와 상해죄로 포항지진의 책임자들을 형사 고소했다. 지열발전을 주도한 사람들은 스스로 최고의 전문가라면서, 지열발전 물 주입은 미소지진에 이어 더 큰 규모의 지진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넉넉히 인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2017.4.15. Mw 3.2 미소지진이 발생해 대규모 지진의 전조현상을 인지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물 주입을 시행함으로써 규모 5.4 지진을 유발시킨 것이다. 따라서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가 성립한다는 사실이다. 포항지진 형사 고소에는 몇 가지 눈여겨 볼 점이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역사상 지진 책임을 묻는 최초의 형사 소송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지진은 천재지변 내지 자연재난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재난에 대해 그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최초의 형사소송은 2018년 10월에 제기했던 최초의 민사소송과 함께 깊은 의미를 가진다.
아울러, 피고의 죄목으로 업무상 과실이나 직무유기가 아니라, 살인 및 상해죄로 고소했다는 점이다. 피해시민에 대한 책임의 중(重)함도 있지만, ‘범대본’ 공동대표 모성은 박사에 의하면 소송 전략상 신중했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가정문’으로 국한하지만, 만에 하나, 형사소송에서 무혐의로 결론난다면 기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해 업무상 과실이나 직무유기로 고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굳이 민사가 진행되는 중에 왜 형사소송을 시작하는지 궁금해 물어봤다. 이는 빠르게 진행되는 형사소송을 통해 숨겨진 정보들을 쉽게 획득할 수 있고 그러한 독점적 수집정보는 민사소송의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단계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형사소송에는 특종이 숨어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지진피해 사망자가 밝혀졌다. 평소 농사일을 하고 그 생산물을 시장에 직접 나가 판매를 하던 흥해 성곡리 주민 김화수씨(79)는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건축물 벽돌에 머리를 다쳐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뇌수술을 받고 사지가 마비돼 병원에서 수차 재수술을 하다 8개월 만에 결국 사망했다는 의무기록을 확보했다. 그동안 행정기관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왜 밝히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더 중요한 핵심은, 시민들이 지진의 책임을 한 곳으로 정조준 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여·야가 서로 ‘네 탓공방’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1만여 명의 지진피해 시민회원을 둔 시민단체가 포항지진의 주된 책임을 특정 정부 산업부장관으로 지정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피고소인을 전 산업부장관이라고만 알리고 실명은 표기하지 않았다. 전 장관의 실명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집요한 질문에도 지진피해 시민들은 정쟁(政爭)의 도구로 사용되고 싶지 않다면서 끝까지 답변을 회피했다. 과연 지진피해 시민들은 어느 정부를 포항지진의 주된 원인 제공자로 인식하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또한 기관과 단체들이 나서서 지진특별법과 보상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시민 분열만 가져오는 작금의 사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형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