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이형광기자] 지진도시 포항에는 웃지못할 해프닝으로 가득하다.피해시민을 생각하기보다 각자의 생색내기에 몰두하는 모습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정계, 관계, 사회단체가 모두 마찬가지다. 지진 직후 시민들이 지진의 원인규명을 외칠 때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조사단 결과발표 후, 시민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앞 다투어 얼굴을 내밀고 있다.하지만 그곳에 피해시민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특별법 제정을 서로가 주도하겠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한꺼번에 8개나 올리는 바람에 한 달 안에 20만 명의 서명을 받기가 요원해 졌다. 또 대표성 있는 지진대책기구가 필요하다며 지진초기부터 활동하던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와 명칭까지 흡사하게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만들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정치계도 마찬가지. 여·야는 각자가 주도하는 지진대책모임이나 특위구성에 동참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동참하지 않으면 시민의 피해는 순전히 ‘네 탓’이라고 말한다.변호사의 자존심도 찾기 힘들다. 이미 ‘무료 소송’, ‘5만원 소송’, ‘10만원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또다시 ‘3만원 소송’으로 시민의 혼돈을 부추기고 있다. 이미 작년부터 소송을 제기한 5천여 명의 소송참여자가 있는데, 시민대표 100명의 소송인단을 새로 꾸린다는 소문은 시민의 눈살만 찌푸리게 한다. 또 새로 구성된 (범대위)는 특별법만 제정하면 모든 것이 되는데 왜 개별소송을 하느냐고 말하고, 변호사들은 인원부족으로 개별소송을 하는 게 맞다고 한다. 포항은 ‘내로남불’의 진흙탕이다. 질서도 없고 논리도 없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전 국민의 손가락이 포항시민을 가리키고 있다.관변단체부터 대오각성 해야 한다. 처음부터 지진원인 규명 활동하던 시민단체들의 밥상을 단 번에 뺏으려 했다는 지적이다. 또 주류층 리더들도 반성해야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고사하고, 뒤늦게 들어와 윗자리만 차지하려는 모습은 빈축을 사기 충분하다. 정부조사단의 발표가 있는 날 새벽밥 먹고 상경한 시민들을 재치고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것은 정치인이었다. 그 후 그들은 시민들의 발언도중 어디론가 사라졌다.‘포항의 힘’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포항시민의 대동단결은 더욱 요원하다.52만 시민의 힘을 한 데 모아야 할 가장 중요한 때 결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일반 시민들에게 활동할 공간과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행동은 ‘선도자 우선주의’를 적용해야 한다. 가장 먼저 국민청원을 올린 주체가 누구인지 그곳을 지원해야 한다. 소송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소송은 병합된다. 가장 먼저 소를 제기한 사람이 가장 앞자리에 앉게 된다. 법 앞에서 시민대표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지나친 경쟁은 욕심이다. 탐욕이다. 어느 한 단체가 일갈한 투도중죄(偸盜重罪 : 남의 것을 탐내고 훔치는 무거운 죄)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