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의원들의 해외연수 원조는 조선 후기 1881년 일본의 선진 문물을 시찰하기 위해 신사유람단을 파견한 것이 원조라고 추론 된다. 일본의 발달된 문물과 서구문물의 조사를 위해, 근대문물 수용 기구로 통리기무아문(統理機務衙門)을 설치했다.신사유람단(紳士遊覽團)을 1881년 2월 통리기무아문은 조준영·박정양·엄세영 등을 일본 명치유신(明治維新)이후의 국정을 살피도록 했다. 이들은 4월 28일 일본 도쿄에 도착, 74일간 체류했다. 이들은 귀국 즉시 각자의 여행기인 문견기록·시찰보고서를 작성해 고종에게 제출했다. 요즘 논란의 대상인 된, 예천군의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들의 선배격인 신사유람단의 모습이다. 비단 예천군의회뿐만이 아니라도 의원이랍시고 거들먹거리면서 안내하는 가이드를 폭행하는 일도 없었다. 그 몰래가 들통 나고 덜미를 잡힐 줄은 그때는 몰랐을 게다. 이런 판에 경북지역 시군의회 의장 18명과 수행원 등 40여명은 지난 9일 베트남 연수를 떠났다. 연수지역엔 유명관광지인 하롱베이도 있다. 한국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난 4년간(2014년 7월~2018년 5월말 기준)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원 총 789명(2014년 지방선거 당선자)의 국외연수에 들어간 예산을 분석한 결과, 국제교류·상임위원회 연수·해외 비교 시찰 등 각종 명목의 해외 출장에 총 127억 원(동행 직원 포함)가량의 의회 예산이 투입됐다. 말이 투입이지, 혈세 거덜 내기이다. 신사유람단의 견문기록은 100여 책에 달했다. 시찰기류(視察記類)와 견문사건류(見聞事件類)로 구별했다. 시찰기류엔 중앙정부의 각 관서, 포병공창 등 산업을 시찰했다. 도서관·박물관 등 문화시설도 조사했다. 송헌빈(宋憲斌)의 동경일기(東京日記), 강진형(姜晉馨)의 일동록(日東錄)의 일본견문기가 있다. 일본의 근대농법을 소개한 안종수(安宗洙)의 농정신편(農政新編) 등은 이후 국내의 개화 풍조를 고조시키는데 기여했다. 자치시대 의원 해외연수 보고서는 신사유람단과는 판이하다. 비신사(非紳士)라서 그런가. 최근 3년간 예천군의회는 2016년 러시아·중국, 2017년 라오스, 작년 미국·캐나다로 연수를 떠났다. 각각 3천360만 원(인당 240만 원), 2천212만 원(158만 원), 6천188만 원(442만 원)이 소요됐다. 3차례 모두 의원 9명 전원과 사무국 직원 등 14명이 참여했다. 위 같은 혈세탕진에도 불구하고, 해외연수를 떠나기 전 열린 셀프 심사위원회 회의 내용은 ‘복사 후 붙여넣기’를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비슷했다.
2017년 A 위원장과 지난해 K 위원장이 한 인사말에, `주요현안사업에 대해 외국의 관련 시책 및 우수시설을 비교·분석해 지역발전 및 주민복지 향상에 기여한다’는 문구도 그대로다. 여행 효과도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는 의원역량 및 전문성 강화’로 같았다. 국외연수를 다녀온 기초의회 17곳 중에서 예천군의회는 의원 1인당 가장 많은 비용(540만 원)을 편성했다. 예천군의회는 국외연수 비용도 가장 많이 편성했지만, 실제 쓴 돈(1인당 442만 원)도 가장 많았다. 폭행한 예천군의원은 경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歸家)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앞으로 귀가를 어디로 할 것인가이다. 의회건물에서 자기 집으로인가. 불행하게도 구치소로 귀가인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망신시킨 꼴뚜기가 죄지, 어물전은 확연히 싱싱해지고 있다고 적었다. 이 말은, 망신살만 뻗는 꼴뚜기를 솎아내자는 뜻이다. 또 솎아낼 것은 의회질문을 하도 할 줄을 몰라서, 집행부 공무원의 대필하는 의원이 만약에 있다면, 이도 솎아내야 한다. 신사유람단(紳士遊覽團)의 보고서를 자치의원이 해외연수에서 배우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