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이형광기자] 고향의 강.. 형산강을 두 번이나 걸었다. 담당공무원이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개선될 문제들이 도처에 놓여 있었다.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은 주민들에게 정서적 풍요를 안겨주기에 모든 지자체들이 도심의 하천에 많은 신경을 쓴다. 포항시도 주민들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거액의 돈을 들여 형산강프로젝트로 생태하천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형산강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 민선6기 출범과 함께 포항-경주시가 공동으로 형산강권역의 역사, 문화, 관광, 산업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 지역 상생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자 시작된 프로젝트다.그러나 현장에 한번 나가보면 아직 곳곳에 오·폐수시설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쏟아져 내리는 더러운 물을 보며 걸어야 하는 게 형산강이다. 포항시가 경주시와 생태하천을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 우린 도심 속 깨끗한 생태하천을 걷는 희망을 가졌다. 유모차를 끌고 자전거를 타며, 그리고 유유자적 걷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의 형산강은 이를 충족시키기에는 개선할 점이 너무 많다. 시민들은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깨끗한 형산강을 원한다. 행정은 주민을 감동시키는 행위이다. 감동은 무조건 개발만 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형산강의 지금 모습은 포항시가 개발에 급급해 얼마나 자연생태를 파괴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곳곳에 불쑥불쑥 나와 있는 크고 작은 관로들, 노출돼 있는 폐수관로와 오염물들, 대충 처리된 하천 벽면과 도보로, 담당공무원들은 이곳을 한번 걸어봤을까.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을까. 시민들은 너무도 절실히 느끼는데 말이다. 특히 형산강의 오폐수를 비롯한 각종 관로처리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인데도 시은 방치한 것이다. 형산강에서 또 느끼는 게 있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형산강은 그림의 떡이다. 유모차를 끄는 엄마에게, 노인에게도 차도에서 형산강으로 내려가는 도로의 접근성이 떨어져 있다. 일부 지역은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한 행정 담당자에게 약자가 돼서 한 번 더 걸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걸어보면 무엇이 불편한지 몸으로 느끼게 된다. 약자의 배려가 없는 인도가 대부분이다. 누구만을 위한 걷는 길이 아닌 누구나 접근이 쉬운 무장해 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바람이다.시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작은 배려의 행정은 시민들의 마음을 산다. 마음을 산다는 것은 믿음과 신뢰로 이어진다. 선진행정일수록 도로 하나, 승강장 하나를 놓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디자인한다. 실적위주, 보여주기식으로 일을 추진할 경우 감동의 행정은 요원해 진다. 그동안 포항시의 각종 공사가 어떻게 추진됐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짚지 않는다면 형산강프로젝트 같은 일이 또 다시 반복된다.쾌적한 환경은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쾌적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정서는 다르다는 사실은 숱한 연구결과에서도 나온다. 도심을 관통하는 형산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포항시민들에겐 축복이다. 그렇다고 물고기가 뛰어놀고 아이들이 헤엄치는 형산강을 상상하는 것도 아니다. 깨끗한 형산강 수변을 걸으면서 작은 행복을 맛보는 것이 시민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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