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이형광기자] 비판이 아닌 비난과 말싸움 착종은 안 된다. 비판에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되며 그 목적이 상대로 하여금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를 기대하는 충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인격적인 존엄을 살려야 한다. 이런 요건을 무시한 비판은 비난이 되어 곧잘 말싸움으로 변질된다. 니가 옳으니 내가 맞니 하며 삿대질이 되고 급기야 욕설과 서로를 갈라놓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요즘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런 말싸움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각 사이트 뉴스의 자유게시판에 오른 의견 중 절반이상이 상대를 헐뜯고 비하시키는 내용이었음을 비추어 볼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판에 대한 적정한 교육을 못 받았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판을 받는 사람의 태도도 문제다. 자신의 비판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상대가 자신을 비판하는 것은 공격이고 험담이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집어 치우라고 얼굴을 붉히고 있다.상대의 의견을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성의 기회로 삼는다면 쓴 말이 아닌 보약이 될 것이다.어떤 스님은 살아생전에 일부러 큰 그릇에 물을 담아 마셨다고 한다. 자신이 부지 부식 간에 작은 그릇이 되지 않기 위해 그리 했다는 후문인데 우리도 넒은 시선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이해를 구한다면 곡해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그것을 발전의 계기로 삼는 사람을 우리는 큰 그릇이라 여기며 그런 사람이 우리의 지도자가 되기를 여망한다. 큰 그릇의 인물은 자신이 비판을 받을 때 오히려 감사해 하며 더 좋은 의견을 듣기 위해 직접 자리를 청하기도 한다. 유비가 방통을 수하 막료로 삼은 것은 그 좋은 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가장 청렴해야 할 청와대 비위사태를 지켜보면서 사회에 큰 그릇의 지도자가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아무도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결국 자신의 인정하지 않으며 삿대질만 허공에 채워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