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성낙성기자] 춘추시대에 기(杞)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의 어느 백성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를 늘 염려했다. 이를 고사성어(故事成語)로, 기인지우(杞人之憂)줄여서 기우라고 한다.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의 기록에는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질까를 걱정하는 백성에게, 다른 사람이 하늘은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해와 달, 별이 떨어지지 않는다. 땅 역시 기운이 뭉쳐져 있어, 꺼지지 않는다고 가르쳤다.이는 기 나라에서 전해오는 것이라서, 오늘날엔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가 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한국 땅이 기 나라의 백성이 걱정하던 일이 터졌다. 날 벼락같은, 땅 꺼짐(싱크홀)의 현상이다. 최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에서 4천580건의 땅 꺼짐이 터졌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전체 발생건수의 78%에 해당하는 3천581건이었다. 작년 한해 발생한 960건의 땅 꺼짐 중에 88%가 4㎡ 미만이었다. 대형 땅 꺼짐도 전체 12%인 111건에 달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서울금천구 아파트 인근에서 땅꺼짐이 발생하는등 전국 곳곳에서 땅꺼짐(싱크홀.sink hole)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청도군 20호 국도에서 땅 꺼짐이 발생했다. 광주시의 땅 꺼짐을 연도별 발생 현황은 2013년 6건, 2014년 7건에서 2015년 16건, 2016년 21건, 2017년 21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5월 포항시 남구 해도동에서도 땅 꺼짐이 발생했다. 덩달아 인근 도로에서 균열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울릉도에도 땅 꺼짐이 발생했다. 이 대목에서 땅 꺼짐은 한국 땅에서 고른 분포를 보이면서도 증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기 나라의 백성의 기우(杞憂)가 중국 춘추시대의 기우가 아닌, 한국인의 기우이다. 이 같은 기우에서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 법칙을 고려해야한다. 하인리히는 여행자보험회사에 근무했다. 다양한 사고 통계를 접했다. 사고의 인과관계를 계량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다. 더 전에는 부상을 일으키지 않은 300번의 가벼운 실수가 있었다. 여기서 밝혀낸 수치에서, ‘1:29:300 법칙’이 생겼다. 1931년에 펴낸 그의 책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A Scientific Approach)에서다. 우리는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부른다. 현재진행형으로 땅 꺼짐의 현상은 하인리히 법칙에서, `한 번의 대형사고의 심각한 경고음`이 아닌가한다. 여기서 최근 경고음이란 지난 7일 서울 상도유치원 건물이 지반약화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유치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이상 징후가 발견돼.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에게 점검을 의뢰한 결과 위험성을 경고 받았다. 구청·교육청 및 시공사에 알렸으나. 하인리히의 경고음이나, 사고가 날 때까지 묵언수행(默言修行)처럼, 그날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대형사고로 인명 피해를 입었다. 1970년 와우 아파트 붕괴, 1971년 대연각 호텔 화재, 1977년 이리 역 폭발, 1993년 서해 훼리호 사고, 1994 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사례들이다. 위 같은 사고를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하나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경고음을 보냈을 게다. 이젠 그 경고음에서 땅 꺼짐을 유심하게 지켜봐야한다. 땅은 그냥 꺼지지 않는다. 꺼질 만한 원인이 있어야만 꺼진다. 서울 유치원의 우지끈 기우뚱함을 두고, 이웃의 터파기만을 탓해서는, 하나의 대형사고의 경고음에 대한 뒷북 행정에 불과하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땅 꺼짐의 경고음에서 비가 자꾸 자주 내린다고 지반만을 탓한다면, 안 된다. 비는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내린다. 드러난 원인에서 ‘더 파고들어’ 전수조사를 해야만, 안전 공화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