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기상 관측 이래 최대 폭우가 내려 하룻밤 만에 37명이 숨지자 허술한 도시 관리 정책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23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을 비롯한 인터넷에서는 200㎜에 미치지 못한 강수량에 많은 시민이 희생된 것에 불만을 터뜨리는 누리꾼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 `칭시위푸(淸溪漁夫)`는 시나닷컴 웨이보에서 "한 영웅을 신격화하는 것으로는 도시 관리의 문제점을 은폐할 수 없다"며 "작년에도 베이징에 폭우가 내려 물에 잠긴 적이 있었는데 전혀 개선된 것이 없다"고 질타했다.
`훠옌진옌(火眼金眼)123`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도 웨이보에서 "수도인 베이징이 여름의 한바탕 비로 이 모양이 됐다"며 "TV에서 온갖 미담을 찬양하고 있을 뿐 낙후한 도시 관리에 대한 질타는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베이징시 공무원들이 불어난 물에 잠겨 고장이 나 도로에 방치된 차량에 불법 주차 과태료 고지서를 붙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다급해진 베이징시 당국은 수몰 차량에 붙은 과태료 고지서를 취소하고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당·정으로서는 수도 베이징시의 대형 인명 피해로 올해 하반기 개최될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를 앞두고 민심이 동요하는 것이 크게 부담스러운 눈치다.
아울러 이번 폭우 피해는 공교롭게도 작년 7월 23일 발생한 저장성 원저우(溫州) 고속철 추돌 참사 시기와 맞물렸다는 점에서 중국 당·정에 더욱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 7월 23일은 39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한 원저우 고속철 참사 1주기지만 중국 정부는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을 우려해 통제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벌써 인터넷에서는 이번 호우와 원저우 고속철 참사를 연결시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 `다터우관(大頭寬)`은 시나닷컴 웨이보에 "베이징 37명, 원저우 40명. 모두 하나하나의 살아 있던 생명"이라는 글을 올렸다.
뜻밖의 여론 악화에 대응해 당국은 중국중앙(CC)TV,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 매체를 대거 동원해 폭우 속 미담 사례를 홍보하면서 여론 `물타기`에 주력하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폭우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곤경에 처한 시민을 구조하던 공안, 소방관, 공무원들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아울러 460㎜의 `물 폭탄`이 떨어져 피해가 집중된 팡산(房山)구에서 물에 고립된 시민들을 구조하다가 감전사한 파출소장 리팡훙(李方洪)의 사례를 자세히 전하며 `영웅 만들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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