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와 함께한 지난 1년 8개월은 그에게 특별했다. 처음 1년 남짓은 `개콘 PD`로 숱한 스타를 배출했지만 최근 몇 개월은 그 자신이 `스타 PD` 대열에 올랐다. 이름 석자 앞에 `못생긴`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20일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개콘`의 수장 서수민(40) PD를 만났다. 그는 "짜고 하는 건데 자꾸 나를 못생겼다고 하는 박성광이 점점 미워지더라"며 웃었다. `용감한 녀석들`의 박성광에게 서수민 PD는 `제물`이었다. 박성광은 매주 서 PD의 외모와 성격을 거침없이 비난하며 개그맨의 저항정신을 보여줬다. 덕분에 서수민 PD는 이름만으로도 시청자를 웃기는 PD가 됐다. "원래 성광이가 2-3주만 저를 주제로 잡고 다른 PD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파업이 겹치면서 그러질 못했어요. 저랑 미리 얘기가 되긴 했지만 그 친구도 하다 보니 진짜 나쁜 생각을 하면서 개그를 짠 것 같아요. 나중에는 저도 못 견디겠더라고요. 박성광이 너무 싫었어요.(웃음)" 서 PD 역시 편집권과 인사권을 앞세워 응징에 나섰다. 대결이 고조되던 지난주 두 사람은 합의 하에 대결을 그만 하기로 했다. 서 PD는 "애초 코너 의도가 두 사람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지금 방송의 현실을 보여주려던 것"이었다며 "나름대로 충분히 보여준 것 같아 우리끼리 쫑파티를 하고 감정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일에서 손을 뗀 파업기간 본의 아니게 이름 석자를 떨친 그는 업무에 복귀한 후 대대적인 코너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달 말부터 `멘붕스쿨` `정여사` `여배우들` 등 새 코너들을 대거 선보였고, `비상대책위원회` `사마귀 유치원` 등 간판 코너들을 폐지했다. `안주하면 개콘도 닳는다`는 지론 때문이었다. "이렇게 계속 가면 개그맨들도 지루해지고 이미지가 닳게 돼요. 한 가지에 안주하면 다음이 없는 거죠. 아깝지만 쳐내주는 게 헝그리 정신을 부여하는 데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코너 정비에 나선 지 3주 남짓 됐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코너는 아직 찾기 힘들다. 연출자로서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작년 이맘때 시청률이 14-15%였어요. 그때는 아무도 `개콘`이 망했다고 안 했어요. 그런데 지난 2주간 시청률 19%가 나왔는데 망했다고 하더라고요. `비대위`나 `사마귀 유치원` 같은 코너가 빨리 나와주길 바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서 PD는 "기대에 빨리 부응해야겠지만 차분히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변의 높아진 기대가 때로 부담스럽지만 어찌 보면 이 모두가 그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작년 하반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끈 주인공이 바로 서 PD이기 때문이다. 최효종, 김원효, 김준현 같은 `개콘`의 스타들이 방송가와 광고계를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는 그다. "`개콘`은 집단성이 크기 때문에 개그맨들이 소모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전에는 이미지 소모를 우려해 외부 출연을 제약했는데 그러면 개그맨 생활이 어려워져 `개콘`을 떠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개콘`이 크기 위해서는 개그맨 하나하나가 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개그맨들을 부각하기 위해 내용 위주의 코너 제목을 개그맨 위주로 바꾸고, 소위 잘 나간다는 개그맨들은 대놓고 칭찬하며 다른 개그맨들에게 자극을 줬다. 여기서 칭찬의 방식은 크게 웃어주기다. "`네가지` 리허설 때 김준현이 하는 걸 보면서 껄껄 웃어요. 그러면 나머지 3명이 `어, 저봐라`하는 눈빛으로 보죠. 개그맨들한테는 웃어주는 게 가장 큰 칭찬이거든요." 또 하나 그가 원한 것은 풍자를 개그에 녹이는 것. `용감한 녀석들`이 MBC 파업 사태를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MBC가 잘 되면 사실 저도 피곤해요.(웃음) 그렇지만 잘 안 되면 서로 발전이 없을 겁니다. `개콘` 코너들 중 하나가 방송계를 다루는 게 크게 잘못됐다고는 생각 안 해요.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는 `개콘`의 수많은 소재거리 중 하나거든요." 회사에서 눈총을 받지 않았느냐는 걱정에 "회사가 나를 내놓았나 보더라"며 "위에서 뭐라고 하면 얘기할 것까지 준비했는데 너무 없어서 서운할 지경"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적절한 시점에 시사 풍자를 개그맨들에게 꼭 하게 하려 한다"며 "사람들이 보면서 개그맨들이 생각없이 웃기는 게 아니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995년 KBS 예능 PD 공채로 방송에 입문한 서 PD는 `개그콘서트` `폭소클럽` `개그사냥` 등 코미디 프로그램을 두루 섭렵했다. 그의 남편인 김성근 PD는 시청률 40%를 넘어선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책임프로듀서다. 부부가 합해 무려 60%의 시청률을 KBS에 안겨주는 셈이다. KBS 입장에서는 `효자 부부`라는 칭찬에 그는 "사장님이 우리한테 잘하셔야 할 텐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개콘`의 카메오 교환은 부부의 `거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지은 작가와 친분도 한몫했다. 최근 KBS `승승장구`에서 박 작가가 쓴 `내조의 여왕`의 모델이 자신이라는 서 PD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해명할 게 있다며 나섰다. "극중 천지애(김남주 분)의 특징 중 하나가 말실수가 많은 거였어요. 그게 바로 제 캐릭터지 외모가 아니었어요. 김남주 씨한테 죄송스러웠죠. 제가 특히 사자성어 실수를 많이 해요. 드라마에 나온 `토사구땡`이나 `어불성토`는 제가 실제로 쓴 말이었어요." `개콘`을 시작하면서 그가 가졌던 세 가지 꿈 중 두 개를 이뤘다. 타사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과 개그맨들이 개그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풍토가 그것이다. 한 가지 못 이룬 꿈은 강력한 여자 코너 만들기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 제가 여자 PD인 만큼 여자의 시각도 개그에 담아냈으면 했다"며 새 코너 `여배우들`이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콘`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그지만 `개콘`이 잘 될 때 후배에게 양보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는 "내가 하고 있으면 다른 후배 PD들이 코미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며 "연말 때쯤 성과가 있을 때 후배한테 프로그램을 넘겨주고 싶다"고 희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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