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락값 하락과 수확량 감소로 인한 이중고로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또한 농협마저도 매입한 나락값보다 시세가 떨어지면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어 앞으로 농가는 물론 농협에 한파가 불어 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비축미 가격을 1등급 기준 4만5천 원으로 책정해 매입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 농협별로 우선지급금의 책정가격이 다른 데다 경영압박으로 매입가격을 낮추고 있는 상태여서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에서도 뾰족하게 대책이 마련된 상황도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농가와 농협에서는 책정가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이에 따라 미곡처리장 벼 자체 수맷값이 20년 전 나락값과 같다고 한다. 올해 들어 벼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농산물 값이 하락했다. 생산기반 여건이 좋아지고 작물이 성장하기 좋은 기후가 뒷받침됨에 따라 과잉 생산된 요인도 있지만 과도한 수입농산물의 반입과 국내농산물의 소비부진도 한몫 더했다는 것.농업의 특수성으로 볼 때 농산물을 생산하기까지 고정비용은 거의 정해져 있지만 가격은 출하 당일의 시세와 시장 여건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시장가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농산물가격 형성의 불안정한 구조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크다.올해 벼처럼 수확량이 평년 수치를 초과하는 조사 결과가 예상될 때는 사전에 재고량을 줄인다든지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발빠르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농산물 유통정책은 어떠한가. 농산물값이 떨어질 때는 거의 방치하는 수준이고 값이 오를 때는 재빨리 수입량을 늘리거나 비축해 놓은 농산물을 시장에 내놓아 가격을 떨어뜨리는, 소비자 물가안정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래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오는 것이다.농업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복원하는데 많은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적자를 감수하며 부채만 늘어나는 농사를 언제까지 계속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농촌의 붕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것이다. 농산물을 수출하는 나라에서 기상이변이라도 발생해 흉년이 들었을 때 과연 자국의 먹을거리를 남겨두지 않고 다른 나라에 내다 팔 수가 있을까. 농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면 국가도 어려움을 겪을 수 없을 것이다.현재 우리 농산물은 저가 수입농산물에 밀려 천대받으며 사상 유례없는 `풍년 기근`의 어려움과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정책 대안이 필요할 때 라고 생각해 본다.불안정한 농산물가격 구조에서 벗어나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짓기 위한 농산물가격보장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험제도의 형태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유통단계의 거품을 빼내어 그 이익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과감한 유통혁신 정책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야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근래 들어 기후변화가 많이 일어나므로 자연재해에 취약한 농업을 보호하고 실질적으로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농업재해보험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서 정성들여 키운 농산물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위험부담은 덜어 주어야 한다.정부의 예산으로 농민에게 지원되는 쌀 직불금 등 보조금이 정말 제대로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지급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관련기관의 철저한 감독과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특히 농업관련 기관과 단체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진작 농민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농업을 위시한 기관과 단체는 비대해지고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인적·물적 인프라가 많은 것도 좋은 측면도 있지만 과연 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한편, 그동안 농업은 정부의 성장 위주 산업화·개방화 시대 희생양이 되어왔다. 풍년이 들면 농민의 근심은 더 깊어지는 뼈아픈 농업의 현실에서 국민의 생명산업인 농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튼튼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우리 모두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할 때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