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포항시청 대회의실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방문했다.포스코가 경상북도ㆍ포항시와 함께 타이타늄 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지역 국회의원, 산업계, 학계 등이 대거 참석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큰 기대감을 보여줬다. 이날 경북도와 포항시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포스코는 그룹내 관련 8개부서의 그룹장들로 구성된 CFT(Cross Functional Team)를 구성해 육성계획을 종합 관리하고, 기술개발을 위해 포항산업과학기술연구원(RIST)을 주축으로 타이타늄 상용화 기술센터를 운영하며 국내 전문연구기관 등과의 협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향후 외부전문가 영입 등 조직을 확대할 계획이다.또한, 포스코는 타이타늄 소재부터 중간재, 생활소비재는 물론 항공부품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주도해 빠른 시일내에 타이타늄 산업의 선순환기반을 구축하며, 동시에 철강산업에서의 포스코의 역할과 같이 앵커기업으로서 기술개발과 인증 및 판매까지 지역 기업들과의 동반성장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포스코의 타이타늄 참여는 그동안 철강을 통한 조선ㆍ자동차ㆍ건설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의 발전을 선도해 왔으며, 이제는 타이타늄으로 항공, 미래형 자동차 산업의 핵심적 소재를 공급하게 됨으로써, 국가 경제 재도약을 견인해 나가겠다는 의미를 가진다. 경북도, 포항시, 포스코는 부서장급의 타이타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포스코의 추진전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를 타이타늄 밸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포항이 타이타늄이라는 소재를 통해 포스코와 함께 환동해 경제 시대의 허브도약도 가능하게 됐다는 내용이다.문득 10년 전쯤 일이 생각났다. 당시 포스코 회장이던 이구택 회장이 포항시청을 찾았다. 이회장은 포항에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짓고, 10여년 뒤에는 포항을 수소연료전지 메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포스텍(포항공대)에 국제연료전지연구센터를 열고, 영일만항 배후단지 3만여평의 부지에 2011년까지 2단계에 걸쳐 2천250억원을 투자해 연료전지 생산 및 연구시설을 건립에 나섰다. 그리고 2008년 9월 영일만항 산업단지에서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 준공식까지 가졌다. 이후 2012년 경북도도 정부정책에 맞춰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상용화하고 제품을 싸게 보급하기 위해 포스텍에 ‘수소연료전지 테스트베드’를 설치하고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와 연계해 경북을 연료전지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불과 3년 만에 ‘수소연료전지 테스트베드(시험장) 구축사업’이 개점휴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후속 지원이 없어 시험장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도 회장이 바뀌고 수소연료전지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에너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수소연료전지 메카는 점점 더 요원해 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일을 미루어 보아 타이타늄 산업육성도 장밋빛 청사진 보다는 철저한 미래전망과 성공전략을 세우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앞선 사례를 보고도 같을 일을 되풀이 하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바보소리 듣지 않으려면 혼신의 힘을 다해 제대로 해야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