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남쪽바다 다도해 최남단에둥그렇게 뜬 세 개의 섬은빛물결 출렁이며 줄지어들어오는 칼치잡이 배 가득한거문도섬 남쪽 무넹이(목넘어) 건너동박새 지저귀는 동백숲 터널 길헤치고 수월산 돌아들면산 끄트머리 충암절벽에망망대해 바라보며우뚝 솟아 있는 웅장한 백색기둥동양최대의 거문도 등대1905년 4월 첫 불 밝힌 이래100년 세월 한결같이남해안 뱃길을 비추고 있다.벼랑을 때리는 파도는 금방이라도섬을 삼킬 듯 덤벼들지만등대는 끄떡도 하지 않고 바다를 지킨다.휘몰아치는 태풍을 온 몸으로 맞고도거친 물결 가르며 항해하는 배들을따뜻이 감싸고안개 자욱한 날이면 부-웅 부-웅무적(霧笛)을 울려 크고 작은 배들에게바닷길을 연다.깜깜한 밤, 등대에도 외로움이 밀려오면아스라이 제주 등대의 불빛을 마주하고허전한 속을 달랜다.남해안 최초의 등대 거문도 등대는만선으로 귀항하는 어부들의 썰소리 들으며오늘도 묵묵히 바다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