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후반기 의장선출을 둘러싸고 기초의회마다 파열음을 내고 있다. 난장판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선출 된지 열흘이 넘었지만 밀실야합 의혹제기에서 부터 외부간섭에 따른 반발에다 각종 폭로전까지 줄을 잇는다. 의장선출 후유증으로 회기가 시작됐지만 의원 본연의 임무인 견제와 감시를 방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예 회기 불참까지도 서슴치 않는다. 무엇이 저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대한민국 지방자치 대부분의 의회가 채택하고 있는 의장선출방식인 교황선거. 말이 교황선출방식이지 후보로 등록하지 않았지만 등록한 후보이상으로 선거운동에 나선다. 식사하고 골프치고, 심지어 돈 봉투가 나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그야말로 패거리 정치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면서도 저들은 교황선출방식을 선호한다.일부에서는 선출방식을 바꾸려하고 있다. 이미 바꾼 곳도 있다. 어차피 선거운동에 나설 것 같으면 후보로 등록하고 출마에 대한 공식입장과 함께 공약도 내세울 필요가 있다. 변별력을 갖추려면 최소한 자신의 입장정도는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의 의장선출은 교황선출이라는 미명 아래 불법을 자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그들만의 리그, 왕국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의장선출 방식은 외부의 간섭 없이 신의 뜻을 따르기 위해 선출하는 교황선거와는 거리가 멀다. 어찌 보면 교황선거를 모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방의원들은 성직자가 아니다. 저들이 성직자와 같은 마음일수 없다. 그런데 저들은 교황선거를 선호한다.교황선거를 뜻하는 ‘콘클라베(Conclave)’를 인터넷에 뒤져보면 이렇게 나온다. ‘열쇠로 잠그는 방’이라는 뜻인 라틴어로 교황 임종 시 소집되는 교황선출 비밀회의를 일컫는다. 교황의 선거인인 추기경들이 외부의 간섭 없이 비밀 투표장인 시스티나 성당을 걸어 잠그고 그 속에서 선거가 치러지면서 쓰여 지게 됐다. 교황 선종 후 15∼20일 이내에 바티칸에 도착한 추기경들은 교황청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를 시작한다. 선거 전 추기경들은 정해진 서약문에 따라 외부 개입 배제와 비밀 엄수를 맹세한다. 일단 콘클라베에 들어가면 교황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그곳에서 나올 수 없다. 사전에 입후보하거나 추천된 후보는 없고, 3분의 2 이상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는 계속된다. 첫 3일간 투표에서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최대 1일간 비공식 토의를 한 뒤 다시 7차례 투표에 들어가며, 이후 같은 절차가 반복된다. 투표에서 교황이 결정되지 않으면 투표용지를 화공약품을 섞어 태워서 검은 연기가 나도록 한다. 교황이 선출되면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는 흰 연기가 난다. 톰행크스 주연의 ‘천사와 악마’라는 영화를 보면 콘클라베를 잘 이해 할 수 있다. 추기경들은 반물질 폭파 위협에도 교황선출을 중단하지 않는다. 궁무처장의 중단 권고에도 불구하고 추기경들은 하나님의 뜻이라며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콘클라베는 신성한 교회의식이다. 왜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에 이 방식을 접목시켰을까. 아마도 의원 모두가 후보라는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1표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지방의회도 문을 걸어 잠군 채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의회는 그렇지 못했다. 1차, 2차 투표에서 결정되지 않으면 상위 2사람만 결선투표를 치른다. 그것도 동수가 되면 연장자 순이다. 겉으로는 신성한 방식을 택해놓고도 속으로는 일반화를 따른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지방의원을 흠집내려하는 것이 아니다. 저들은 분명 성직자와 다르다. 아무리 성스러워지고 싶어도 추기경과 같은 성직자의 인생을 살수 없다. 지방의회의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7-8명으로 구성된 군부지역 기초의회의 경우 교황선출 선거방식뿐만 아니라 지역의 현안 등 정책결정과정에서도 4-5명 정도만 협조하면 안 될 것이 없다. 역으로 자치단체장이 이들의 협조만 얻는다면 감시와 견제라는 지방의회의 고유기능은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밀실야합의 우려는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가 이래서는 곤란하다. 지방의회의 무용론은 지방의회의 해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권자들이 직접 나서 지방의회 해산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 무용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 집단은 의회이고 의원 자신들이다. 뼈를 깎는 고통 없이 현실에 안주한다면 유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을 맛보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방의회가 변해야 한다. 가장 먼저 손질해야 할 것이 바로 의장선출방식인 콘클라베다. 이제는 정말 바꿀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