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경지역에서 고령의 국가유공자와 유족 어르신들의 댁을 방문하여 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훈섬김이’로 9년차 근무하고 있다.한 분 한 분이 소중한 인연이지만, 유독 6․25참전유공자이신 모 어르신과의 인연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어르신은 유독 자존심이 강해서인지 도무지 마음을 열지 않았고 3년이 지나서야 겨우 가족관계며 환경을 알게 되었다. 아들은 알콜중독,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었고, 손자 2명은 지능이 부족한데다가 작은 손자가 중학교 갈 나이에 자기 이름자도 못 쓰고 있었다. 어르신이 환경이 열악하여 중학교도 안 보내려 하기에 직접 한글, 산수도 알려주고, 입학식에 어머니 대신 참석해서 특별반에 배치받을 수 있도록 부탁도 하였다. 사고만 안 치고 친구들과 잘 놀아만 주면 고마운 생각이 들었고, 집에 사랑하는 가정과 엄마자리가 없으니 방황하는 것 같아 방문 횟수를 주 3회로 늘리고 방학 때면 매일 일과를 마치고 잘 하면 칭찬도 하고 때로는 꾸중하며 막내아들처럼 생각하고 돌보아주었다.또 좋은 환경에서 자라야 아이도 정서적으로 안정이 될 것 같아 면사무소 면장님을 만나 의논하여 도배, 장판을 하고 싱크대, 샤시 등을 수리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방문하면 그렇게 후원받은 것은 간 곳 없이 문과 마루유리창이 깨져있고 어떤 날은 어르신의 얼굴이며 몸이 멍이 들어 있었는데, 어르신은 매번 장작 하다가 그렇게 되었노라만 하시고 몸져 누워 계실 때가 많았다.하루는 손자를 데리고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주며 어르고 달래 물어보니 어르신의 아들이 알콜중독과 대인기피증이 있어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른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들을 병원에 입원도 시키고 경찰에도 수차례 신고하고 노인학대 전문기관에 의뢰도 하고, 재판도 참석하며 어르신이 남은 생 하루라도 편히 살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작은 손자가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졸업식에 참석해 꽃다발도 선물하고 기념촬영도 하고 점심도 사주고 있자니 보람이 느껴졌다. 졸업을 했는데 집에서 빈둥대면 문제가 될까 싶어 고민을 하다 아는 식품회사에 부탁했더니 단순 업무지만 취직이 되어 무척 감사했고, 올해 초부터 출근하여 얼마 전 3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식직원이 되어 첫 월급을 받았다면서 예쁘고 따뜻한 스카프를 선물받으니 마음이 너무나 뿌듯했다. 보훈섬김이라는 직업을 통해 만났지만 이제는 가족 못지않은 소중한 인연이 되었고, 나 또한 그분들의 행복을 통해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었음에 보람을 느낀다. 젊은 시절 생을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나라를 지켰을 어르신이 남은 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성을 다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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