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받은 달력을 벽에 걸고 올 한해의 다짐을 새긴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어찌 지났는지도 모르게 5장을 뗐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컨디션을 유지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잠시나마 휴식이 있는 삶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대인들에게 휴식은 필수다. “힘들게 일한 당신 떠나라”고 했던 광고 카피처럼 일터에서 잠시 떠나는 것은 쉼을 얻기 위해 물리적인 이동 역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번쯤은 시간이든 비용이든 생각하지 말고 무작정 떠나보라. 때로는 느리게 걸으면서 자연과 벗삼아 휴식을 취하는 것은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바다는 멀리 있지만 일터를 떠나 찾아가고픈 삶의 안식처이다 5월 7일, 부산에서 시작된 해파랑길 770 걷기축제는 울산을 거쳐 5월 21일 영덕에서 릴레이로 축제가 진행됐다. 해파랑길은 총 10개 구간 50개의 코스, 770km의 거리로 영덕 블루로드는 해파랑길에 일부이다. 해파랑길 축제와 영덕블루로드영덕 대게공원을 출발하여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도보여행을 위해 조성된 약 64.6km의 해안길이다. 이중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 영양남씨 발상지까지 ‘환상의 바닷길’로 불리는 B코스(푸른 대게의 길)이며 15㎞ 내내 에메랄드빛 바다를 곁에 두고 걸으니 블루로드의 백미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21일 영덕 경정해수욕장에서 출발한 B코스(푸른 대게의 길) 걷기행사에 3천여 명이 운집했다. 발밑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음미하며 바윗길을 걷기도 하고 인생의 굴곡만큼이나 숨가뿐 오르막 내리막으로 지쳐 있을 쯤 어느새 눈앞에 펼쳐진 시원한 풍광에 피로는 파도에 흩날리는 포말처럼 눈녹듯이 사라진다. 블루로드는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아담한 어촌마을엔 마을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미역 건조 작업이 한창인데 구수한 사투리 만큼이나 꼬실꼬실 해풍에 잘 말린 미역이 맛깔스러워 보인다. 이런 건조 작업이 관광객들 눈엔 신기했는지 사진도 찍고 길을 가다 발길을 멈춰 마을 아낙과 도란도란 정담도 나누고 미역을 맛보기도하며 호적한 시골 인심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좋은 명소와 관광지가 많다. 많이 닮았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 도시에서 지친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그곳에서 쉼을 얻는 일. 그들은 단순히 쉼만을 얻기 위해 이곳까지 오진 않는다. 공허함은 빈틈없이 채우고우리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하며 그곳의 문화를 접한다. 영덕의 역사와 문화가 아름답게 묻어난 목은 사색의 길, 한말의병장 신돌석장군 유적지, 호국영령들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장사해수욕장 등 지역의 소소한 문화와 역사를 만나는 일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벗과 함께 자연과 어우러진 블루로드를 걸으며 자연과 문화를 만나고, 지난 역사를 거슬러 오르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블루로드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할 국내 관광지 100선, 2016 소비자 선정 최고의 브랜드 대상 2년연속 수상하는 등 특색있고 매력적인 길임에는 틀림없다. 영덕의 블루로드를 농어촌의 넉넉한 삶이 있는 마을길과 산길을 잇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고 싶다. 도시와 농촌을 잇고 마음과 마음들의 연결을 통해 블루시티 영덕을 만들고 싶다. 지난해 개통된 포항KTX를 통해, 올해말 개통예정인 상주∼영덕간 고속도로, 내년 상반기에 개통될 포항-영덕간 철도는 이런 영덕의 꿈을 한층 더 가깝게 해줄 것이다. 가볍게 길을 나서고 싶으면 백팩을 챙겨라는 말이 있다. 바다로 영덕으로 한번쯤은 거침없이 떠나보라. 지친 마음을 달래 줄 쪽빛바다가 엄마의 품처럼 늘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고 저렴하고 맛있는 먹거리들이 당신의 공허함을 빈틈없이 채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