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나 뭍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의 꽃 가운데 정말 사랑할 만한 것이 대단히 많지만,나는 유독 연꽃이 진흙탕 속에서 나왔지만 그에 물들지 않고 맑고 잔잔한 물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은 것을 사랑한다.”그리고 “향기는 멀리 있을수록 더욱 맑다”고 했다.또 “머리서 보기에 적당하지,가까이 감상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했다.바로 연호정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연호정은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 796-6에 있다.연호(連湖)라고 불리는 자연호수의 북쪽 기슭 송림에 남향으로 세워져 있다.정자는 순조 15년(1815) 죽루정자(竹樓亭子)인 향원정(香遠亭)을 세웠는데,오랜 세월로 퇴락하자 1922년 7월 이기원 울진군수를 비롯한 뜻있는 인사들이 힘을 모아 옛 동현의 객사 건물을 옮겨 세우고 연호정이란 현판을 걸었다.오랜 세월 호수에 토사(土砂)가 유입되면서 마름풀 등이 호수를 덮자,1980년에 울진군이 호수 주변 정화(淨化)와 아울러 최근 야외 공연장과 산책로(散策路)를 조성하여 군민들의 좋은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연호정은 말 그대로 호수와 주변 경관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 곳이다.연잎이 호면(湖面)을 덮고 연꽃이 피기 시작하면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아진다”는 애련설(愛蓮說)의 향원익청(香遠益淸)그대로다.처음 정자 이름을 ‘향원정’이라 지었다는 의미가 절로 와 닿는다.연호는 옛날 고씨(高氏)가 살던 마을이었으나 이 마을의 땅이 꺼져 늪이 되었다고 하여 고성(高姓)늪이라고 전해온다.구한말까지만 해도 호수 주변이 지금의 울진읍 시내 중심부까지 미쳤으며,현재 울진농협 뒤에서 낚시를 할 정도로 방대한 호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그러나 오랜 세월 호수에 토사(土砂)가 유입되면서 호수가 잠식되어 지금은 호수 둘레가 약 2km,수심 2m 안팎으로 작아졌다.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정자가 있고,바로 아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연꼿이 만발한다.연호정뿐만 아니라 울진의 승경을 읊은 곳에는 울진의 옛 별칭인 선사(仙槎)가 자주 나온다.선사란 신선들이 뱃놀이하는 듯 한 아름다운 고장이란 뜻이다.울진읍 연호공원의 상징물인 연꼿이 수년째 꽃을 피우지 못하자 임광원 울진군수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국내수련 전문가와 기관에 의뢰해 현재 연호정이 수련의 생육상태를 관찰한 뒤 꽃이 피지 않은 원인규명에 나섰다.연호정에 심어진 품종은 애초부터 꽃이 잘 피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연호정에 식재된 품종은 애초부터 꽃이 잘 피지 않은 식용연이란 주장과 2004년도에 추진된 연호정 정비사업으로 인해 수심이 깊어지면서 수령의 생육환경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여기에 말풀과 같은 각종 수생식물의 급속한 증가로 서로간 양육 간섭효과가 커진 것도 한 원인으로 나타났다.실제로 수련 전문가들은 기존 연호정 연꽃을 연구단지에 옮겨 심은 뒤 생육상태를 관찰한 결과 성장은 빠른 만면 꽃은 피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이에 따라 군은 4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호정 수련 생육 환경을 개선한 뒤 경남 함안군으로부터 법수 홍련 1,5000본을 이식받기로 했다.법수 홍련은 함안군 범수면 옥수늪에서 자생하는 품종으로 유전자 조사 결과 경주 안압지 수련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어 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종 수련이다.특징으로는 다른 품종에 비해 개화 시간이 길고,개화 비율 역시 타 품종에 비해 월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군은 연호정 부지가 방대한 만큼 새 품종 이식구역을 지정해 기존 품종 제거와 옮겨 심기를 병행한 다음 결과에 따라 시업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임광원 울진군수는 “연호정의 상징인 연꽃이 피지 않으면서 군민들은 물론 행정기관에서도 많은 고심이 있었다”며“이제라도 원인이 파악된 만큼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여 연꽃이 만발한 연호정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눈앞에는 연꽃이 피고,고개 넘어 지척인 바다를 생각하고,서쪽으로는 태백준령이 두르고 있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