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후에 고향 영주의 전통시장 등을 돌아보았다. 장사가 안된다는 소리야 늘 듣지만 이번에는 크게 달랐다. 홍삼 등 비교적 고가품에 대한 기업구매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김영란 법 시행을 앞두고 농수산품 등을 적용에서 제외로 하자는 목소리도 정치권에서 이미 높다. 투명하고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어 약자를 보호하고 상생하자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예상되는 문제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성장통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어려운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인가. 즉 청렴이나 개혁의 본질이 아닌 껍데기를 쥐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을까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공직생활 초기였던 1990년대 초반 추석 무렵에 정부과천청사 사무실에서 행정고시 출신 초임 사무관이 상품권 몇 장을 받다가 암행감찰반에 적발되었다. 징계는 불가피했지만 정말로 구조화된 비리가 명절 대낮에 감찰반의 감시가 번득이는 청사 사무실에서 일어나는가. 그 당시 지방관서나 산하단체 재벌기업 등에서 명절이 되면 관련부처 고위직들에게 인사를 하는 관행이 상당히 있었다. 필자는 징계위원회에 참여한 고위직 중 과연 누가 가슴에 손을 얹고 당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하였다. 그리고 늘 공직을 살면서 ‘누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라는 구절을 가슴에 새겼다. 기관장 재직 시절 명절 때마다 청렴교육에 대한 정부 훈령이 내려오면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물 수수 등 청렴에 가장 유의해야 할 사람은 바로 기관장 자신이다’. 윗물이 맑으면 바로 자연스럽게 부패의 총량은 줄어든다. 또한 청렴 조항 중 관용차나 기사를 출퇴근 등 사적으로 쓰지 말라는 것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 필자는 부산?대구고용노동청장으로 재직하는 3년여 동안 연간 2만키로미터 이상 취약한 민생현장을 누비었다. 그러다보니 아침부터 일정이 빡빡해지고 주말까지 산업현장을 누비니 체력소모도 많았다. 그런데도 오로지 기관장이 출퇴근에 관용차를 쓰는 것만 감독한다 하니 답답하고 신경이 쓰인다. 필자는 기관장에 출퇴근 버스에서 진을 빼고 본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기사에게 별도로 용돈을 주면서 출퇴근부터 연속하여 활기차게 어렵고 힘든 현장을 더 뛸 수 있었다. 청렴조항이 관용차 운전기사 보호 조항으로 둔갑하면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오히려 박근혜정부는 서민들이 감동할 정도로 기관장들이 민생현장을 찾아 발로 뛰는지를 감찰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소극적이고 표피적인 기준을 강조하면 오히려 복지부동을 조장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구조적인 비리나 청렴을 해치는 공직자는 정밀 감찰하여 엄정 징계하여야 한다. 그로나 그저 형식적인 지표 몇 개로 개혁의 본질이 달성된다고 착각하여서는 안된다. 고용노동부 공직생활에 이어 공인노무사로 일하면서 매우 안타까운 것이 있다. 실업급여 고용안정사업 등에 있어서 소액의 부정수급사례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제 4대 보험 등 전산망이 잘 연계되어서 있어서 웬만한 부정수급은 적발되기 쉽다. 그러면 배액징수 등 가혹한 처분을 받게 되는데 증거가 명확하니 선처의 여지가 없다. 고용보험 등을 부정수급하려는 서민들이나 중소영세기업주들을 감싸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회 부패의 몸통이나 핵심은 아니라는 점이다. 방위사업 도로 철도 항만 등 수많은 토목건설공사는 불필요하거나 잘못되어도 책임지거나 회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와 같은 부분에 더 엄정한 잣대를 대어야 서민의 경범죄 수용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참고로 조선 시대에 정권 쟁탈이 격렬해지면서 사대부관리가 서로 상생하면서 민생을 챙기자는 대의는 사라졌다. 특히 임란 이후에는 사색당파를 만들면서 예송논쟁 등을 통하여 자파정권 창출에 무한경쟁을 하였다. 그러다보니 임금의 환후를 두고도 치료보다는 권력 쟁취와 책임 회피에 급급하였다. 정조가 종기로 인한 패혈증으로 생명이 위험에 처하자 일부 의관들은 탕약을 노론대신들은 연고를 처방하였다. 결국 임금이 죽자 탕약을 처방한 의관들은 사형에 처해지는 반면 노론대신들은 책임을 면하고 권력을 잡는 것이다. 이미 임금의 환후를 치료해야 한다는 본질과 대의는 이미 없어진 것이다. 개혁의 본질은 권력자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 관대해야 하는 것이다. 기득보수층들이 더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하여야 사회통합도 이루어진다. 여야 기성 정치인들이 국민경선제ㆍ선거구 획정 논란 등도 결국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명분이 아닌가. 생선은 항상 머리부터 썩는 것이다. 권력과 기득권층들이 공정한 게임을 하고 부당한 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자기희생과 양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공직자 부정부패는 엄정히 감찰하여야 한다. 한편 적극적 의미의 청렴 즉 능동적으로 헌신하는 공직자들을 높이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야 부패의 총량도 저절로 줄어들 것이다. 그런 전제라면 화환 난초 굴비 등 농수산물에 대해 김영란법이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영란법을 제정을 추진한 분들과 기성세대에 제안하고 싶다. 이법의 잣대에 비추어 찜찜한 재산이 있다면 절반이라도 ‘청년일자리 창출기금’에 출연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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