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영일고등학교(교장 서정윤)에는 자율동아리 ‘향기’가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목욕 봉사 동아리 ‘향기’는 향기마을의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목욕을 한 달에 두 번 한다.
학생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장애인들을 위해 땀을 흘리며 사랑을 나눈다.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장애인 목욕 봉사 프로그램이 특별하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여 경쟁률이 만만찮았다.
영일고의 진정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영일고의 모든 학생들은 매월 한 번씩 그들이 선택한 자매기관 복지시설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과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노래와 음악을 연주하며, 휠체어를 밀며 산책하는 동안 말벗이 되기도 한다.
대중목욕탕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목욕봉사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였지만 보람과 성취감을 고취하고 싶어서 마침내 자율동아리 ‘향기’를 구성하였다.
향기마을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이다.
제 4대 장병윤 원장이 올 봄에 취임하고 나서 많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취임 후 향기마을의 생활인들이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이 무엇일까 늘 고민하며 장애인들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시설의 목욕탕에서 벗어나서 일반인들과 함께 대중탕에서 목욕을 할 수 없을까. 포항시가 운영하는 장애인 전용 목욕탕이 있지만 주말에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영일고의 ‘향기’동아리와 함께할 수 있는 목욕 후원자를 마침내 찾게 되었다.
평소에도 장애인들에 대한 후원에 앞장서온 이동온천스포렉스(대표 이재권)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손님이 적은 시간인 토요일 오후에 자유로운 목욕 봉사를 할 수 있게끔 무료로 온천을 개방해 주었다.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학생들이 편하게 목욕봉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중증장애인들이 정기적으로 입욕서비스를 도움받아 신체 청결 및 자원봉사 학생과의 관계형성을 통한 심리적 안정감과 나아가 지역사회 통합을 하고자 생각하는 참 좋은 마음을 갖고 있는 분이다.
목욕 봉사 동아리 ‘향기’는 영일고 남학생 28명, 여학생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중증장애인남자 20명과 여자 18명의 신진 대사의 촉진으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게끔 정성을 약속하고 자발적으로 모인 아름다운 동아리다.
학교로 초청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제공하고, 체육관에서의 공놀이 등의 게임을 하면서 친밀감을 형성하다보니 금방 친해져서 자연스럽게 손잡고 목욕탕에 들어갈 수 있었다.
부모님과 목욕하러 가는 것 조차 부끄러워할 나이지만 친구들 앞에서 편안하게 옷을 벗고 정성을 쏟는다.
이보다 더 고귀한 봉사활동이 있을까. 매월 두 번의 아름다운 만남을 통하여 더불어 사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도교사 김선경 선생님은 이 프로젝트를 구성하며 마음고생이 많았다. 동아리를 구성할 때의 용기 있던 친구들이 막상 옷을 벗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목욕탕까지 이동하는 교통수단이 불편하였고 목욕비 부담도 있었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용기를 격려해 주실까. 혹시 안전사고는 없을까. 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먼저 옷을 벗어던지고 장애인들과 함께 탕으로 들어가니 학생들도 정성껏 참여했다. 고맙다.
향기마을 목욕 봉사를 다녀온 1학년 김동영 학생은 “긴장과 설렘 반으로 시작했는데 목욕을 하면서 서로 도와 가며 장애인들이 마치 친형처럼 느껴져 힘든 것도 느낄 수 없었다”며 “다음 만남의 자원봉사가 기대되고 건강의 소중함과 동시에 학교와 부모의 고마움을 느끼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친구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나에게는 의미 있는 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목욕봉사는 다른 봉사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목욕봉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안전하여 자신의 일을 수행하기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이들을 위한 목욕 봉사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만남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 자기에게도 몇 방울 정도는 묻기 때문이다’는 탈무드의 명언이 있다.
영일고에선 짙은 사랑의 향기가 배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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