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는 나이를 등에 붙이고 다니네. 등딱지에 너울너울 물이랑이 앉아 한 겹, 두 겹, 주름이 되었네. 끊임없는 파도가 조개를 키웠네.
저 조개, 무릎이 헐도록 뻘밭을 기었네. 어딜 가나 진창이네. 평생 몸 안에 갇혀 짜디짠 눈물을 삼켰네. 조개는 함부로 입을 열지 않네.
조개장수 아줌마. 쪼그려 앉아 조개를 까네. 날카로운 칼날이 앙다문 입을 여는 순간 찍, 조개가 마지막 눈물을 쏟네.
“지랄한다, 이놈아가 오줌빨도 쎄네.”
조개 까는 아줌마 쓱, 손등으로 얼굴을 닦네. 조개껍데기 수북하네.
몸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평생 몸 안에 갇혀 짜디짠 눈물을 삼켜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무릎이 헐도록 뻘밭을 기어도 온통 진창인 인생이다. 세파에 한 겹, 두 겹 주름이 늘어나고 등딱지에 너울너울 물이랑이 앉아 주름이 되는 세월, 조금만 건드려도 몸을 담아버리는 조개처럼 외세에 부딪칠수록 사람은 더 단단해진다. 또한 살아낸 세월의 관록만큼 입이 무거워지고 사람도 무거워지고 깊어진다. 힘든 일을 견디고 극복한 만큼의 내공이 쌓이고, 직접적인 경험에서 생을 체득한 사람일수록 말이 없다. 말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치며 사는 한번 뿐인 인생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세상이고, 녹녹하지 않은 인생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주의 중심인 겉 같은 사람마저도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입을 앙다물어도 조개 까는 아줌마의 날카로운 칼날 앞에 찍, 입을 벌리고 마는 조개처럼, 어느 한 순간 절대적이고 강한 힘 앞에 마음 와락 무너지고, 왈칵 눈물 쏟아내고 마는 게 인생이다. 결국은 쓱, 손등으로 얼굴을 닦아내는 아줌마 곁에 수북이 쌓이는 조개껍데기처럼 하찮은 인생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의 몸을 입고 있는 한 열심을 내어 자기 몫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무릎이 다 닳도록 독하고 짜디짠 세파를 견뎌야 하는 것이다. 연속으로 너울너울 물이랑 이는 나날들, 마지막 눈물을 쏟을 때까지 앙다문 입을 다시 앙다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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