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단단하다
우주는 한없이 연약하다
나를 가둔 우주는
담장을 타고 여름내 실랑이한 폭염과 폭우처럼
쉬
칼끝을 허락하지 않는다
여러 번의 힘을 가하고야 갈라지는 내 둥근 상상속의 늙은 호박
곱게 늙을수록
서슬 푸른 도끼날 같다
호박죽과 호박씨
그 달콤함과 고소함 사이
上部엔 종유석처럼 여린 싹이 돋고 下部엔 구더기들로 득시글 득시글,
절반의 죽음이
절반의 생명을 길러낸다
어머니 장례식 날 게걸스럽게 돼지국밥을 비워내던 임신 중의 나처럼
한 우주는 또 한 우주를 먹여 살린다.
물질과 정신의 에너지로 이루어진 우주의 작용으로 모든 생명체가 존재한다. 생(生)하고 멸(滅)하는 모든 생명체 하나하나가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우주다. 호박씨 하나가 늙은 호박이 되어 또 다른 씨앗을 품어 키우는 생멸의 순환이 우주 안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시인이 여러 번 힘을 가하고야 갈라진 늙은 호박 속의 한쪽은 싹이 트고 한쪽은 벌레가 버글거렸다. 절반의 죽음이 절반의 생명을 길러내는 호박 속이 어머니의 자궁 속 같다. 세상의 이치와 사람의 관계 속에 삶의 애환을 견디며 살아내는 모성은 단단하다 그리고 한없이 연약한 존재다. 어머니 장례식 날 게걸스럽게 돼지국밥을 비워내던 임신 중의 시인처럼, 죽기 살기로 자식을 길러낸 늙은 어머니의 모성은 우주의 포용력처럼 한량없는 것이다.
시인은 죽음과 새 생명이 공존하고 있는 늙은 호박을 가르며, 한 우주는 또 한 우주를 먹여 살린다는 우주만물의 본질과 우주성을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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