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아니라 이건 난장판이다. 시장잡배들의 소굴도 아니고, 명색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인가 무언가 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힌다. 오죽 했으면 국회를 확 뒤엎어버려야 한다고들 할까!
1972년 10월 유신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국회가 해산되고 16년간이나 중단되었던 국정감사가 1987년 민주항쟁의 승리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옴으로 그동안 ‘카더라 소식’에 의존해 들었던 ‘깜깜이 뉴스’를 청산하는 기쁨을 누렸다.
국정감사가 실시되자 장관 같은 높은 사람들이 국회에 와서 허리를 굽혀 굽실거리는 모습에 통쾌감을 느꼈고 송곳 질문을 하여 잘못을 실토하는 장면은 대리만족이라는 한 영역을 만들어 일반 국민들을 살맛나게 하였다.
그러나 이 환희도 잠시, 국정감사라는 제도가 정말 필요한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여론이 팽팽하더니 19대 국회 와서는 아예 폐지론이 들끓고 있는데도 이 여론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부류가 국회의원들이다.
국정감사라는 제도로 인하여 낭비되는 국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피감기관에서 준비한 증빙 서류가 트럭으로 싣고 올 정도라는데 과연 의원들이 다 숙독하는지도 의문이며, 이 서류를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인력과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특히 피감기관의 책임자들은 1분 1초를 아끼면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불러놓고 단 몇 초, 몇 마디의 질문을 하기 위하여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는 국회의원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지한 질의를 통하여 국정의 시행착오를 바로 잡고,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방향을 제시함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국정감사라야 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국감은 심술궂은 망나니가 음률도 맞지 않는 꽹과리 치는 꼴이다.
기업인들을 90명이나 불러다 놓고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하는 특권을 언제 국회의원에게 부여하였는가? 물론 대기업의 횡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사실이다. 기업경영 능력도 일천한 자들이 태어날 때, 금 숟가락 물고 나온 덕으로 벼락치기 임원이 되어 거들먹거리는 꼴이나, 국민정서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재산싸움에 몰두하는 등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행태이지만 이들을 질타하고 경고하는 권리는 소비자들인 국민이 할 일이지 국회의원의 소관은 아니다.
굳이 국정감사에 기업인들을 불러내는 것은 보험적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닌지 의아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많은 기업의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을까? 정책적인 문제를 따지겠다면 실무자들에게 더 듣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기업인들이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국회의원들 보다 수백 배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피감기관의 증인에 대해 안하무인으로 설쳐대는 국회의원 나리들의 꼴이다. 어디서 배웠는지 국회의원들의 언어수준이 왜 그렇게 저급하니 얘들 보기가 부끄럽다.
지난 11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해괴한 망언이 나와서 듣기가 민망할 뿐 아니라 이런 저질의 똘마니를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시킨 새정치연합은 공당인지 사당인지가 의심스럽다. 새정연의 김용익 의원은 류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의 여직원 성희롱 의혹에 대해 질의하면서 “일어서서 회장 물건(성기를 말함) 좀 꺼내봐라. 내가 좀 보게”라고 하였다는 보도다.
국회의원들의 해괴망측한 언행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망발 중의 망발이다. ‘꺼내놓으면’ 김용익 의원이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의원이 공식석상에서 할 말인지, 당연히 윤리위에 회부하여야 한다.
새정치연합의 유대운 의원은 14일 국감현장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장난감 권총을 주면서 “권총을 주머니에 넣었다 꺼내 조준한 뒤 격발해 보라”고 했다. 경찰총수가 권총 다룰 줄 모를 것이라 하여 시연을 시켰는지? 아니면 망신을 주기 위해 이런 어처구니없는 망동을 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행위는 전국의 수십만 경찰을 모독하는 오만한 행위다.
비단 새정치연합 의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이종진(대구 달성) 의원은 14일 국감에서 질문의 대상도 아닌 엉뚱한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 질의하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을 일으켜 수모를 당하기도 하였는데,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국정감사라고 하지만 못된 말하기 경연장 같다. 능력 부족을 위장한 질문, 피감기관 길들이 위한 윽박지르기, 호통, 고함, 면책특권을 이용한 아니면 말고 식의 근거 없는 의혹제기와 질책, 비꼬는 투의 말투 등이 난무하여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현재의 모습에서 환골탈태하지 않고 계속하여 저질의 모습을 연출만하다면 국민들의 국회 해산운동이 본격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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