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우울하다. 바다 건너서 연일 들려오는 뉴스들은 맥을 빠지게 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여당은 자중지란에 빠지고 야당들은 이에 고소하다는 듯이 거침없는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의 성공이 우리 국민들과 나라의 성공이라는 기본 등식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대통령이 망해야 집권할 수 있다는 죽고 살고 식의 논리다.
군납비리에 연루된 고위 장성들의 구속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하급자를 성폭행한 고위 장교들의 구속도 툭툭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가 장성 출신인 모 국회의원은 성폭행 여단장을 두둔하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으로 정신상태마저 의심하게 하고 있다.
우리의 국회의원 수준이 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우리들의 마지막 보루인 군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땅콩회항의 굉음이 가시는가 했더니 성을 미끼로 한 꽃뱀들의 공갈·협박 사건들이 막장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뉴스천국이다. 거칠 것 없는 세상이다. 갈 데까지 가자는 것일까. 종복논란의 중심에 섰던 두 여인과 한 남자는 법원의 냉엄한 종북판결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죽었다면서 도리어 호통치고 있다. 기가 찬다.
북한은 핵무장을 무기로 끊임없는 활극을 펼치고 있다. 북한의 무진장한 지하자원과 우리의 기술력, 자본력이 합치면 국제사회의 평화는 물론 우리 민족의 새로운 번영시대가 열릴 것인데 무슨 생각들인지 이해도 안 간다. 대타협은 없는 것일까.
이웃사촌 일본은 이젠 아예 대놓고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우겨댄다. 20대부터 독도운동을 해온 기자는 일본의 기고만장한 행위 이면에는 우리 역대 정부들의 굴욕적인 `조용한 독도외교`가 한몫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분노는 체념으로 변해 씁쓸하다. 나이 탓인가. 총리인준을 앞두고 무조건 죽이기식의 검증이 시작됐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병원에서 아들을 공개 검정해야만 하는 총리후보자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 시대 총리는 예수나 부처를 다시 모셔와야만 하나. 생활고에 찌든 서민들의 자살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루 이틀의 사건이 아니다. 무감각해진다.
이런 가운데 `크림빵 아빠`의 뺑소니범이 19일 만에 자수했다. 그동안 피해자 아버지는 범인의 자수를 적극적으로 권유했었다.
기자는 그 말을 `하는 말이겠지`하고 흘러가는 식으로 들었다. 그러나 범인이 자수하자 피해자 아버지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면서 도리어 범인의 가족들을 걱정하고 있다. 가슴이 멍하다.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나는 오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죄악을 저질렀을까. 또 얼마나 용서하면서 살았을까. 뉘우치게 되는 아침이다.
우리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모든 것을 용서하고 뉘우치면서 다시 한 번 일어서는 대한민국이 되길 간곡히 바라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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