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의 한인상가 밀집 지역인 파트로나토 `코리아 몰`에서 만난 페루 대학생 바네사(25) 씨는 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칠레로 여행 온 그는 슈퍼주니어, JYJ 등의 포스터 사진을 구경하며 "슈퍼주니어의 김희철과 최시원을 좋아한다. 한국에 가고 싶어서 페루의 `즐거운 한국어교실`에서 한글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9일 산티아고 테아트로 콘포리칸에서 열린 JYJ의 월드투어를 보려고 아르헨티나 팬 엘리아나 테베즈(23) 씨 일행은 공연장 인근 야외 주차장에서 노숙했다. 일행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해 몇 주간 저축을 해 티켓과 교통편을 구했다"며 "칠레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보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고 감격했다. 지구 반대편, 한류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남미에 K팝의 흐름은 꿈틀대고 있었다. 3-4년 전부터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해 전파된 K팝은 이미 젊은 층 중심의 마니아 문화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K팝 씨앗, 남미 곳곳에서 싹 터 = 올해로 한국과 수교 50주년을 맞은 칠레에 K팝 팬들이 생겨난 건 3-4년 전. 현재 인터넷을 중심으로 200여 개 팬클럽에서 2만여 명의 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15-25세로 특히 빅뱅, 슈퍼주니어, JYJ, 샤이니, 투애니원 등이 인기다. 산티아고의 몇몇 광장에서는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을 따라 하는 커버댄스 대회와 팬들이 함께 즐기는 플래시몹 이벤트도 자주 열린다.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주칠레 한국대사관은 K팝 경연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지난해 3회 대회에는 23개 팀이 K팝 가수들의 히트곡으로 실력을 겨뤘다. 주칠레 한국대사관의 박선태 참사관은 "K팝은 한국과 칠레 관계에서 긍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당초 TVN, 메가TV, 칠레비전 등의 방송사들은 K팝에 관심을 안 뒀지만 지금은 K팝 경연대회를 취재하고 케이블 채널 ETC에서는 입상자를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정도다. 라디오 방송에도 K팝 전문 프로그램을 편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상가 밀집지역인 파트로나토에 위치한 재칠레한인회에서 만난 서화영 회장은 "칠레 교민은 2천500여 명으로 매년 10월 한인의날에 K팝 콘테스트를 여는데 여러 현지 팀이 나온다. 우리의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걸 넘어 한글도 배우고 싶어하는 건 의미 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JYJ의 공연을 취재한 CNN칠레와 메가TV, 칠레비전 등의 현지 방송사 기자들은 "1년 전만 해도 레게란 장르가 점령했다"며 "올해는 일렉트로닉과 팝, K팝이 대세다"고 전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지난달 브라질 상파울루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한 `K팝 댄스 스쿨`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 대표 가수의 안무가들이 K팝 댄스 공연을 펼치고 안무를 가르쳐주는 현장에는 선착순 접수를 통해 브라질에서 300명, 아르헨티나에서 150명이 참가했다. 또 페루에서는 11일 열릴 JYJ의 월드투어 티켓 5천석이 판매 시작과 함께 매진돼 1천석을 추가했다. 페루 유력지인 엘 코메르시오는 "저스틴 비버와 마일리 사이러스도 아닌 한국 그룹 JYJ가 티켓 기록을 세웠다"고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지금은 마니아 문화…대중문화로 파고들어야 = 그러나 남미 속 K팝 한류는 아직 마니아 문화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칠레가톨릭대 아시아학센터 민원정 한국학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칠레에도 한국 아이돌 그룹의 안무를 흉내 내는 `카피 밴드`가 있고 이런 밴드가 독자적으로 팬클럽을 조성하는 사례가 있다"며 "그러나 K팝 한류가 대중적으로 널리 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민 교수는 이어 "예컨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부류가 있듯이 K팝을 좋아하는 다른 부류가 있는 것으로 마니아 문화에 가깝다"며 "다른 남미 국가도 마니아 문화라는 점에서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현지 전문가들은 싹을 띄운 단계인 K팝 한류를 지속 및 확대하려면 현지 대중문화 속으로 파고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류, 다양한 K컬처 소개돼야 =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바람직한 한류 확산을 위해서는 K팝을 넘어 다양한 한국 문화가 소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원정 교수는 "한류의 범위를 K팝에 한정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한국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많다. 의외로 한국영화, 드라마, 한국재즈(KJAZZ), 백남준 비디오아트를 사랑하는 계층이 적지 않다. K팝에만 치중하지 말고 여러 콘텐츠의 지원에 관심을 쏟아 다양한 경로로 한국을 알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재칠레한인회의 서 회장도 "한류의 개념은 한글, 전통문화, 음식, 기업의 제품들까지 포괄적이어야 한다"며 "이곳에는 한국문화원이 없는 만큼 올해 다양한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한인문화회관 조성 건립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재칠레한국한글학교도 지원이 필요한 상황. 남도우 교장은 한글학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총 학생 80명 중 60명이 현지인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며 "교민 수가 적은 칠레에는 한국문화원이 없어 부설 세종학당도 없다. 무료로 가르치고 싶으나 한국의 지원이 전혀 없어 학생들로부터 6개월에 5만 페소(한화 11만5천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스페인어로 된 한글 교재조차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칠레 한국대사관은 칠레와의 문화 교류 측면에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 참사관은 "현지 대학과 연계해 한글을 배우는 세종학당을 세울 계획이며 한국에 칠레 장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칠레 정부와 장학생 유치 협정도 맺었다"고 소개했다. 재칠레 한인회는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한국 주간을 만들 계획이다. -JYJ 페루공연, 6천팬 환호 ‘대성황’ 그룹 JYJ가 칠레에 이어 페루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JYJ는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 이어 지난 11일 페루 리마 `엑스플라나다 수르 델 에스타디오 모누멘탈`에서 월드투어를 열고 6천여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번 남미 공연을 끝으로 JYJ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해 15개 도시에서 총 21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월드투어를 마무리했다.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페루 팬들은 1주일여 동안 공연장 인근에 텐트를 치고 노숙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공연장에는 페루뿐 아니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각지에서 몰린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JYJ는 이날 `엠프티(Empty)` `에이 걸(Ayyy girl)` `미션(Mission)` `비 더 원(Be the one)` 등의 히트곡을 선보였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0명의 팬이 실신해 실려나갔다"며 "앙코르 무대에서는 `노 테 바야스(가지마)`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공연을 관람한 카롤리나 메히아(22) 씨는 "JYJ는 너무 완벽했다"며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영혼을 울렸다. 나는 그들을 봤다는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감격했다. 또 세실리아 로하스(27) 씨도 "JYJ가 페루에 온다는 소식을 받자마자 모든 가사를 외우고 이해했다"며 "공연 내내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함께 느꼈다. 언젠가 꼭 한국에 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JYJ는 10일 페루 입국 때부터 현지 팬들의 대단한 환호를 받았다. 3천여 팬들이 페루 호르헤 차베스 공항에 몰리자 안전을 우려한 공항 측은 JYJ가 VIP 통로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그로인해 팬들은 자동차, 오토바이, 미니버스 등을 이용해 멤버들의 차량을 뒤따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JYJ의 페루 방문은 엘 코르메시오, 엘 멘, 페루 21 등 현지 주요 언론에 대거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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