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된 러시아 총선이 온갖 선거부정 논란으로 얼룩진 가운데 한 선거관리 당국자가 투표결과 조작 과정을 상세히 밝혀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원회)의 한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자신이 감독하던 수도 모스크바의 한 투표소에서 집권당 `통합 러시아당`이 요구한 대로 득표율 65%를 맞추기 위해 투표결과를 조작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이끄는 통합 러시아당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정당도 득표율 조작에 동참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위원장에 따르면 총선이 실시되기 전 주요 정당 4곳이 파견한 대표들이 모여 선거구에서 각 당이 얼마만큼의 득표율을 가져갈 것인지를 협의했다.
애초 통합 러시아당은 득표율 68~70%을 요구했지만 결국에는 65%로 양보했다.
위원장은 선거 당일 선관위원회 직원들을 동원해 미리 기표된 투표용지를 한번에 최대 50장씩 투표함에 몰래 넣는 방식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전에 감독관의 눈을 피해 몰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연습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원장은 심지어 선관위원회 직원들이 조작된 투표용지를 집어넣는 것만으로는 통합 러시아당이 요구한 득표율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어 투표권이 없는 이주민들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주민을 유권자로 둔갑시키기 위해 가짜 유권자 명단을 작성했고, 통합 러시아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기표된 투표용지 수백장을 이주민들에게 나눠주며 투표를 강요했다.
위원장은 그러나 개표 결과 통합 러시아당의 득표율이 50%에 그쳤으며, 조작된 투표용지를 제외한다면 실제 득표율은 2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 러시아당의 득표율을 상부에 보고하자 득표율을 65%로 높이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투표율도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유일한 독립 선거감시기구인 `골로스` 측은 "대부분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이렇게 지역 차원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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