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도입된 무상급식은 교육재정의 블랙홀이 됐다.
부자가정이나 가난한 가정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공짜 점심을 베푸는 바람에 취약계층 학생에 대한 지원과 낡은 학교시설의 개보수 등 절실한 과제들이 뒷전으로 밀렸다.
이제 복지재정의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현재의 보편적 무상복지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헤크먼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을 가난한 가정의 0~5세 유아를 교육하는데 쓰는 것이 빈곤의 대물림을 막는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소득수준에 따라 복지 지원의 대상을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상류층 가정의 자녀들에게 공짜 밥을 주느라 정작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지는 말아야 한다.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가 내년도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2조1429억원을 전액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만 3~5세 아동에게 지원하는 예산 3조9284억원 가운데 유치원 교육을 제외한 무상보육의 지원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정치권이 쏟아낸 무상 정책이 예산 투쟁으로 이어지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상급식 공약을 앞세워 진보교육감 6명이 당선됐다.
2011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3무(無) 정책을 들고 나왔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는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그러나 예산 없는 복지정책의 확대는 빚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2012년 기준으로 전국 교육청의 부채 총액은 14조429억원으로 1년 총 세입예산의 26.8 %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전국 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가 복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교육감들도 가세했다.
시도 교육청이 발행하는 지방채 규모는 20 10년 이미 4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시원찮을 판인데 2010년 교육감 선거를 전후해 각 시도 교육청은 경쟁적으로 무상급식을 늘렸다.
이후 교육현장에서 무상시리즈는 줄을 이었다. 누리과정 지원사업과 고교 무상교육이 그 대표적이다.
2015년 예산안을 보면 교육부가 신청한 누리과정 예산 2조2000억원, 초등 돌봄교실 예산 6600억원, 고교 무상교육 예산 2420억원이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또한 올해보다 1조3000억원 줄어들었다. 시도 교육청으로서는 발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유보 통합을 추진한다며 보건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의 보육비 지원까지 시도 교육청 부담으로 넘겨 놓아 더욱 그렇다.
여기에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은 시도 교육감들이 국민과 어린이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지방교육재정의 악화주범은 감당하지 못할 무상공약의 남발 때문이다.
시도 교육청의 교육복지관련 지출은 2009년 1조6667억원에서 지난해 5조17억원으로 급증해 전체 세출의 10%를 육박한다. 따라서 학교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시설이나 교육학습 지원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곳곳에 금이 간 교실에 20년 묵은 책걸상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친환경 급식을 핑계로 돈이 부족하다며 유해 싸구려 세제로 식판을 닦는 학교도 있다.
그런데도 한심한 정치인들은 대책도 없이 선심성 무상공약을 쏟아냈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도 수많은 후보들이 교복, 체육복, 아침밥, 참고서, 수학여행, 통학버스까지 무상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이래저래 울화통이 터지는 것은 기재부도 교육부도 지방교육청도 아닌 한심한 정치권의 난센스를 지켜보는 국민들이다.
국채를 발행하든 지방채를 발행하든 보육비 지원을 위한 빚은 모두 국민의 몫이다.
좋은 文學 경북지회장 박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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