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연극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100년 역사는 서울을 제외하고 한강 이남에서 포항이 유일하다.
포항예술은 시작 자체가 굉장한 걸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문화예술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10월 문화의 달을 맞아 포항지역의 원로 연출가, 연기자인 대경대학교 김삼일 석좌교수를 만나 포항문화예술에 대한 현안을 물어봤다.
-포항의 문화예술 현주소는?
△포항의 문화예술 현주소는 불모지다. 포항은 무료 공연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예로 포항 ‘효자아트홀’의 경우 포스코 직원들과 포항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공연을 한다.
포항공대는 목요문화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공연과 강연을 진행한다.
이밖에 유명한 공연이나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시민들에게 무료공연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울산광역시는 정반대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는 현대예술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원들에게 할인율만 제공할 뿐 공연료를 받고 있다.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유료공연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포항지역에 운영하는 문화예술단체의 경우는 일반 시민들도 무료 공연을 신청하면 다 볼 수 있다.
이는 곧 여러 가지 조건 면에서 뒤떨어지고 공연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큰 축에서 이렇게 하니 자체 예술인들의 힘을 꺾어버리는 꼴이 된다.
문을 열어놔도 사람들이 찾지 않고 무료 공연을 해도 오지 않고 유료 관객을 확보하려고 해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지자체보다 문화예술의 환경이 뒤떨어지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역 예술인들은 잡초같은 끈질긴 정신으로 버티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현황은?
△한 마디로 정부의 지원금만이 답은 아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관객만 많으면 얼마든지 운영이 가능하다.
우선, 관객들이 모여 1년 내내 연극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포항의 수많은 기업 중에서 사원동아리 활동프로그램 중에 1년에 2번 정도만 지역 공연을 관람해주면 지역 문화예술이 되살아 난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원금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운영이 된다.
지역문화예술계는 행정에서 신청하면 돈 얼마준다 소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매결연을 맺어 포항지역 업체와 연결만 해주길 바란다.
학교나 교육청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유명한 공연들을 학생들에게 관람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알지만 학생들에게도 지역 공연을 선보일 기회를 줘야 한다.
학생들이 지역에도 이런 공연이 있구나, 공연을 하구나라고 인식을 해야 하는데 알지 못한다.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역 문화예술계는 늘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포항 문화예술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은?
△문화예술단체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데 비해 수익금이 너무 없다.
공연료가 2000원을 해도 안 올 사람은 안오고 1만원해도 안 올사람은 안 온다. 예술은 수입과 지출로 안 따진다 하더라고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수익이 창출돼야 한다. 시립예술단이라 해서 수입이 없어도 된다는 건 아니다. 모두 시민 세금이다. 유료로 해야 질이 높아진다.
단원들 마인드도, 공무원들에게도 자각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으로 무료 공연을 하다 보면 관객이 찾지 않아도 공연을 진행하고 보고서를 올리고 이에 따라 지원금을 받는다.
자칫하면 손님도 찾지 않는데 대충하자 이런 마인드가 생길 수 있다.
유료 공연을 통해 공연의 질이 높아지고 관객들이 찾는다면 예술인들은 긴장하고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연습하게 될 것이다. 또 문화예술분야 전문 공무원이 필요하다.
1~2년 하다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공무원 여건 상 문화예술단체는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존재한다.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공연이 열리는지 잘 모른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최소 10명의 관객이 확보된다면 포항지역에 장기공연시대가 열릴 것이다.
장기공연을 하게 되면 시민들도 자연스레 문화예술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 김삼일교수 프로필
김삼일 교수는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1963년 KBS 포항방송국 성우로 출발해 1965년 제1대 포항문화원 사무국장, 1966년 극단 은하극장 대표이자 연출가, 1983년 포항시립극단 연출가, 1993년 KBS 대구방송총국 취재부장을 했다.
이후 1999년 포항시립극단 상임연출가를 비롯,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3년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85년 제3회 전국연극제 연출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04년 제14회 이해랑 연극상을 받았다.
2005년 제1회 홍해성연극상, 2012년 제2회 애린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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