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이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화두 이지만 개혁보다 식상한 화두도 달리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정권마다 정당마다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기득권에 안주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현제 야당)은 집권과정에서 개혁지지층에 큰 신세를 입고도 아직 그 빚을 갚지 못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제 여당 역시 지난번 처음해본 야당생활을 통해 현행법과 제도에 문제가 많았음을 뼈저리게 체험했을 것이다.
따라서 개혁은 양쪽모두에게 현실적으로 생존의 법칙이 대고 있다. 상생의 길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개혁해야 할 오늘이 공멸아니면 상생을 도모하는 길이다.
현제 국가권력의 집권층은 집권 전과의 입장과 태도에서 1백80도 달라지지 못해 왔다. 잘못된 법과 제도, 구조와 관행을 개혁하려 하기는커녕 그것을 전리품으로 삼아 즐기며 권력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아마 이것이 이번 총ㆍ대선에서도 양당은 과거 그들의 지지세력이었던 개혁지지층과 보수층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의 요청은 이제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을 위해 묵고 묵은 개혁과제들을 하나하나 해결 하라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다.
양당이 지금 진행중인 인적쇄신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사활을 건 이번선거의 대명제다. 구시대의 인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안다.
개혁을 위해서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사실이다. 먼저 여권의 입장에서 볼 때 권력을 잡은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는 현재의 법과 제도, 구조와 관행을 그대로 존치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 경우 그것은 부메랑이 돼 과거처럼 그들을 옥죄는 쇠사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현행법과 제도 등이 현재의 권력유지에 더할 수 없이 좋다고 하더라도 정권이 1년밖에 안 남은 마당이라 더 집착할 필요도 없었를 것이다. 야당 역시 개혁을 거부할 상황과 때가 아니다.
정부. 여당이 그토록 인기를 잃어 온 한나라당의 인기가 정체상태의원인이 바로 개혁의지와 대안제시능력의 부재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여당이나 야당이나 대선을 앞둔 현시점에서 개혁에 마냥 소극적일 이유는 하나도 없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개혁과제와 그 해결 방안들은 실은 현재의 여권이 야당이었을 때 역설해왔던 것들이다.
그저 본래의 입장으로 되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현 여당은 야당시절 사법계혁을 비롯해 각종개혁을 주장해 왔으나 집권에 성공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입장을 바꾸고. ‘과거 권력의 시녀’를 ‘새로운 권력의 시녀’로 계속 활용하여 왔다.”며 지난해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검찰개혁토론회에서 모 야당의원이 한 발언이다. 모처럼 듣는 자기반성의 목소리 였다.
결국 그들이 여당시절 차기 또한 자기들의 집권이 기정사실이라 안주하였고, 차기정권을 위한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한(기득권고수를 위한 직무유기) 뉘우침 이였을 것이다.
어디 검찰문제뿐이던가. 사법개혁. 행정개혁. 경찰개혁. 방송의 정치적 중립화 등 오랫동안 정치적 숙제가 돼온 여러 개혁 과제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치다. 야당도 이제까지 현 정부를 공격해온 터에 이제 와서 현재의 법과 제도에 문제가 없다며 뒷걸음 칠 수는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개혁의 반대자는 없는 셈이다.
여건이 이런 데도 여야가 개혁을 계속 미루어 온 이유는 온당치 않았다. 이를보는 국민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거나 직무를 유기 해왔다는 따가운 질책이다. 예를 들어 검찰개혁문제를 살펴보자.
이제까지의 논의를 보면 검찰개혁과 연관된 핵심문제를 보면 여야의 의견편차가 그리 크지 않다.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간 안에 법개정의 합의까지도 도출해낼 수 있는 여건이다. 주변 분위기도 좋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개혁의 요구가 자연발생적이다.
그런데도 기득권층들의 소수의 의견에 밀려 어물쩍 개혁을 지체시켜 온 직무유기는 결국 국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현 시점의 개혁은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그 개혁 추진을 누가 먼저 선점하여 주도하느냐의 문제다.
이런 경쟁과 다툼이라면 여야 대결이 아무리 치열해도 지나칠 것은 없다. 개혁은 이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생존의 화두기 때문이다. 상생의 길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은 정권 기간 중 여야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함께 개혁에 몰두하는 것이 바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상생의 길이다.
현제 국민들은 개혁 없는 총선이나 대선이라면 아무른 의미를 두지 않을 기세다. 개혁의 시기를 놓쳐버린 여 야가 죽기 살기로 배수의 진을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입법부의 개혁도 예외는 아니다. 공멸인가? 쇄신인가? 누가 더 인적쇄신 하는가에 따라서 승패가 갈린다. 바른 정치의 길을 외면한 구정치인들이 이제 도마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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