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망설이던 내가 오랫동안 접었던 필을 다시 잡는 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한 사나이가 청춘을 바쳤던 지방자치의 신념이 하필 우리 지역에서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의 실패로 지역 국회의원보선을 치룬지 엊그제 같은데, 또 다시 특정정당의 원칙에서 벗어난 공천횡포가 이땅에서 자행되고 있다. 그것도 지방자치의 꽃이라는 기초자치단체장 공천을 중앙당의 전략공천으로 한다는 말도 되지 않는 보도를 접하고 저들이 정말 저래도 되는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특정정당의 독선과 오만이 극에 달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단체선거에서 공천을 없애겟다’는 공약이 그럴듯한 해명 한마디 없이 상향식공천이라는 같잖은 명분으로 은근슬쩍 식언하더니 이제는 아예 전략공천 운운한다.
포항의 자치가 왜 새누리당의 밥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 당의 공천자로 허수아비를 세워놔도 당선시켜왔던 시민들의 책임이 더 크지만, 아무튼 이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이 땅에서 지방자치를 하자는 것인가 말자는 것인가?
나의 주장은 결코 그 어떤 특정후보를 좋아하거나 싫어해서가 아니다.
지방자치는 그 근본이 지역민에 의한, 지역민을 위한, 지역민의 자치기 때문에 가능하면 중앙정치의 입김을 배제해야한다.
그래서 지금 중앙정부가 대부분 숨통을 쥐고 있는 지방재정권의 확보를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 마당에 원론부터 망가뜨리려고 하고 있다.
그것도 53만이나 되는 시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중앙정치에 예속화하는 당리당략의 재물로 왜 하필 우리 포항이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 몹시도 가슴 아프다.
우리 포항에도 특정정당의 독선과 오만으로 강행했던 공천에 반하여 시민적 결정을 투표로서 했던 전례가 적지 않다.
꼬마민주당출신으로 초대시장에 당선됐던 박 전 시장, 총선에서 허의원의 옥중당선, 자민련으로 정계에 복귀하신 박 전총리 등의 사례를 거울삼아 이참에 라도 추대해 봐야 할까보다. 그리고 우리시민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지금까지의 판단과 행태를 돌이켜 보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박태식 전 포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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