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이치(理致)란 참으로 묘(妙)하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어김없이 황사(黃砂)가 날아든다.
그래도 오는 봄은 막을 길이 없다.
필자가 사는 포항이란 곳이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하여 예로부터 포항의 5대 불순(不純)(?)중에 하나로 꼽을 만큼 가늠하기가 어려운 게 날씨다.
봄인가 하면 바로 여름처럼 더워지기도 하고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겨울처럼 매서울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정말 산에 가기 좋은 계절이 온 것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햇살 좋은 봄날에 떠나는 산행은 따스한 봄기운이 더욱 반가워지는 것이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들판을 지나 산자락에 들어서면 노란 생강나무꽃이 봄을 알린다.
눈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 다음으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생강나무다.
산수유와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산에서 피는 생강나무꽃은 산꾼들이 먼저 알아본다.
지난 9일, 동네 산꾼들과 구룡포 석병리에 있는 ‘호미곶 감사둘레길’산행에 나섰다.
구룡포청소년수련원을 ‘구룡포감사수련원’이란 이름으로 바꿔 포항시가 201 2년부터 시작하여 전국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감사나눔운동’의 확산을 위해 감사운동에 관한 모든 길을 교육하고 전도하는 연수원으로 만들어 놨다.
지역의 웬만한 기관, 단체, 기업체 등에서 감사나눔운동을 배우러 이곳에 들리고 수련원 뒤로 난 ‘호미곶 감사둘레길’을 탐방하는 필수코스로 즐겨 찾는 산행로이다.
수련원에 차를 주차하고 뒤로 난 임도를 따라 400여m 더 가면 산행들머리인 둘레길 입구가 나온다.
‘감사나눔둘레길’이라고 새겨진 꽃모양 돌판 위로 데이지꽃 빨간 모양을 한 막대가 장승처럼 길 양쪽에 서있고 ‘행복도시 포항’의 심벌인 노란 스마일 표시가 붙은 호미곶 감사둘레길 안내판이 가는 길을 소상히 알려준다.
따뜻함과 감사함을 함께 주는 들머리를 기분 좋게 지나면 ‘명상의길’이란 표지판과 함께 ‘행복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행복을 발견하는 열쇠가 바로 감사하는 것이다’라는 참으로 좋은 문구가 적힌 나무판이 눈에 띤다.
감사쉼터를 지나 둘레길 삼거리까지 1.3㎞를 가는 산길 군데군데에 마음을 맑게 해주는 명구(名句)들이 이정표처럼 붙어 있다.
잡목과 소나무가 이어지는 둘레길이 갈리면서 왼쪽 전망대쪽으로 향한다.
이런저런 세상사를 노닥이며 걷다보면 사위가 트이고 석병리 앞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대에 닿는다.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에는 바다를 등지고 앉은 모자상(母子像) 석물조형이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그 옆에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한 자리’, 정말 봄 같은 그립고 정겨운 제목이다.
함께 앉아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 보면서 먼 바다의 싱그러운 내음을 맛보며 따사로움에 젖어본다.
잘 다듬어진 둘레길을 따라 오르내리다 만나는 오르막 계단이 예사롭지 않다.
급경사가 그동안 순탄하던 둘레길 산행이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줄잡아 계단 숫자만 100개가 넘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니 반대편 마을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맞닿는다.
자동차가 다니는 임도를 걸어 닿은 곳에 주차장이 있고 너른 산등성이에 ‘포항플라잉디스크골프경기장’이라는 생소한 경기시설이 나온다.
둥근 플라스틱 원판을 던져 숲이 드문 산등성이로 골프코스처럼 이어가는 코스가 여럿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즐기기에 좋은 시설 같기도 하지만 자연을 훼손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마음 한곳은 편하지 않다.
‘호미곶감사둘레길’의 정점이랄 수 있는 ‘가족마당’이라 이름 붙인 곳에는 온 가족이 자연을 즐기다 쉴 수 있는 너른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가족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만들어져 있다.
또한 부모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좋은 글귀가 있어 가족마당이 더욱 어울린다.
따사로운 봄바람과 함께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키며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가족마당’에서 1㎞ 남짓 걸어 만나는
‘나눔쉼터’를 지나 볕이 잘 드는 길가에서 느긋한 오찬(?)을 즐기며 한낮의 여유를 부리다 다시 수련원으로 내려선다.
‘호미곶감사둘레길’ 6.1㎞가 모두에게 감사하고 더욱 행복한 시간이 되리라 믿어지는 산행이었다.
포항시에서 만든 감사둘레길이 지역 곳곳에 있어 시민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어 감사하다.
함께한 모두를 고마워하며 행복한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 산행에 담아본다.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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