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교’(2012)에서 열일곱살 은교의 눈빛을 기억하는가. 순수와 도발 사이를 사뿐히 뛰어다니던 은교, 배우 김고은(23)은 지난 13일 개봉한 ‘몬스터’에서 연쇄 살인마를 쫓는 복순이가 돼 또 한번 그 오묘한 눈빛으로 관객들을 홀리고 있다. 노인을 상대한 당돌한 여고생에서 살인마와 맞붙는 여자로 말이다. 김고은의 데뷔는 화려했다. 그는 첫 작품인 ‘은교’로 부일영화상, 대종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청룡영화상 등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단숨에 충무로를 사로잡은 그해의 히로인이 됐지만 김고은의 발걸음은 더뎠다. ‘은교’에서 70대 노인 이적요(박해일 분)의 마음에 파란을 일으킨 은교가 그의 집 담을 넘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듯 김고은 역시 충무로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은교’ 촬영 전 찍은 독립영화 ‘네버다이 버터플라이’가 2013년 개봉한 것을 제외하면 김고은의 복귀는 2년 만이다. ‘은교’ 이후 공개된 첫 행보가 ‘몬스터’인 셈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잠깐의 공백기를 두고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딱 하나 있는데 연기할 때 즐기면서 하자는 것”이라며 “‘은교’때는 힘들었던 기억이 안 났다. 마냥 행복하게 즐기면서 했는데 ‘은교’가 끝나고 ‘아, 지금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고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복학을 선택했다. 다시 동기들과 함께 연극 공연을 하고 단편 영화를 찍으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연기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김고은은 ‘몬스터’에서 꽃무늬 운동화, 내복, 셔츠를 입은 채 식칼을 복대에 찬 미친 여자 복순이가 돼 다시 촬영 현장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기를 마냥 즐기기엔 김고은이 맡은 캐릭터는 쉽지 않은 인물이다. 전라노출과 수위 높은 정사신을 선보였던 은교가 그랬듯 연쇄살인범과 결투를 벌이는 복순이는 소위 ‘센’인물이다. 김고은은 센 캐릭터만 찾아다니는 걸까. “연기 욕심이 많아요. 자극적인 캐릭터를 찾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단지 ‘이 역할은 강해서 싫어요. 이래서 싫어요’ 이런 제한이 없어요.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아요.” 김고은은 한여름 좁은 공간에 갇혀 3박4일 동안 피범벅이 된 채 찍었던 마지막 장면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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