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풍지 우는 소리가 끝나기도 급하게 천지에는 새싹과 노란꽃잎에 아지랑이 춤사위로 꽃향기와 같이 3월의 봄날이 어김없이 찾아 온다. 제일 먼저 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은 동심과 같이하는 아이들처럼 동산 숲속에서부터 나온다. 동장군의 심술궂은 장난에 꽁꽁 언 땅이 미소 짓는 봄볕에 몸부림치며 녹을 때 숲속 바닥 낙엽을 이불삼아 덮고 숨어있던 이름 없는 새싹들이 연두빛 고개를 부끄럼도 없이 내미는 소리에 봄날을 재촉하는 산새소리 까지 박자를 맞춘다. 개울가에 늘어진채 매말랐던 버들가지에 물기가 오를 때 남쪽의 땅부터 봄 바람이 불어 온다. 봄기운에 먼저 피어나는 꽃은 얼음 바위틈에서 피어나는 얼음꽃이다. 얼음꽃은 복수(福壽)초 설연화ㆍ빙리화 라고도 불린다. 얼음꽃과 함께 찾아오는 봄의 전령은 풍년화, 노루귀 등 숲속에서 봄의 꽃소식을 전해온다 . 숲속에서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봄꽃을 갈아입으면서 봄볕은 세상천지를 덮는다. 언 땅이 녹고 나뭇가지에 생명력이 전해지면 고로쇠나무의 수액채취가 바빠진다. 고로쇠 수액은 뼈에 좋다고 골리수 라고도 부른다. 고로쇠는 골다공증, 혈압, 위장병, 숙취 해소 등에 효념이 있다는 설에 만병통치라 불리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누구보다도 봄을 기다리는 사람은 농부일 것이다. 봄이면 씨를 뿌리고, 그 때는 씨뿌리는데만 집중하고 잡초를 뽑을 때는 잡초 뽑는데만 전염하면 험한 세상속에서 모든 잡념을 털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 겠는가. 결과는 문에 보인다. 봄향기속에 뿌린 씨앗이 넉넉한 가을의 오곡이 익어 갈 때 찾아오는 수확기에 넘치는 곳간을 바라보는 행복을 맛보지 않고는 누가 알겠는가. 봄을 기다리는 농부는 씨앗을 뿌리고 잡초를 뽑고 자식 다루듯 땡볕에서 흙을 벗삼아 삶을 같이하는 위대한 농부의 마음을 새롭게 되새겨 본다. 봄을 열고 기다리는 농부는 가족과 자신만이 먹고 살기위해 농삿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웃과 이웃 모두와 함께 먹을거리를 수확해오고 있다는 데 보람을 갖는다. 살아있음에 봄이 찾아오듯 농부들은 별을 보고 논밭에 나가 별을 보고 집에 들어오는 고된 일을 일삼아 야만이 황금들녘의 수확기에 행복을 즐길 수 있다는 진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끝과 시작은 사계절 중 겨울과 봄 사이의 차가움과 따뜻함 그 중에서 봄볕이 찾아오는 3월은 사람의 마음을 봄바람과 같이 잘 흔들어 놓는다. 봄날에 어울리는 말로는 꽃시샘 같은 현상을 보고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삼한사온이란 말이 나올 때 꽃샘추위란 말이 바로 꽃시샘 하는 추위라는 뜻이다. 3월에 찾아온 꽃샘추위와 꽃 시샘이 계속되어도 계절은 뒤로 가지 않는다는 것만은 자연의 법칙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추운 동장군도 미소 지으며 찾아오는 따사로운 봄볕에 이겨 내지 못하고 동장군이 물러서게 된다는 것은 삶속의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동장군이 물러서고 실눈뜨며 살며시 찾아온 봄날과 같이 우리들의 삶도 멈추지 않고 지나간다. 우리들의 삶 앞에는 우선 멈춤이라는 표지판이 없다는 진리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있을지라도 사계절의 자연이치를 거스를 수가 없듯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에도 다름없이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이제 봄기운이 돌아 산천초목에 싹이 돋고 동면으로 세상모르게 잠자던 개구리들이 깨어나는 경칩을 지나면서 숲속의 봄소식은 모든 자연까지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있다. 찌든 삶속에 3월의 봄은 살아있기에 찾아오나보다. 3월의 봄은 사람의 마음을 꽃잎처럼 흔들고 지나간다. 마음이 들뜨고 아련해지는 봄날에 그리움까지 밀려오는 노년의 가슴 한 쪽에 숨겨진 젊은 시절의 욕심이 되 살아난다. 어김없이 찾아온 3월의 봄날은 생동감 넘치는 나무들처럼 깊고 깊은 대지속의 수액을 빨아올리듯 살아 있음의 생명력은 두 손 들고 마음껏 즐기는 어느 3월의 봄날 오후에 꽃비로 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찬다. 3월에 찾아온 봄날에 시작과 함께 맑은 하늘에 다시 코끝으로 느낄 수 있는 상큼한 공기가 돌아 왔다. 역시 3월은 좋은 계절이다. 봄은 이렇게 슬그머니 왔다가 소리 없이 지나가간다. 웃음이 해퍼지는 봄꽃처럼 동장군에 밀려 굳어있던 마음과 몸속에 생동하는 봄의 생명력을 마음껏 마시며 새로운 삶속으로 옮겨보자. 멈추지 않는 삶이 그렇듯이 봄 시샘은 세월을 재촉하는 계절의 신호등과 같다. 한걸음 두걸음 멈춤없이 걸어 온갖 고난을 거쳐야 만이 새로운 삶이 찾아온다는 계절속의 진리를 알아야 한다. 3월의 봄이 우리 곁에 천천히 찾아 오더라도 우리 모두에 행복을 안겨주는 봄날이 되어 찾아 왔으면 좋겠다. 이수한 본사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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