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9일, 포항도심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하마터면 도심 전체가 불바다로 변하게 될 위급한 사건이 일어난 지 꼭 일 년이 되었다. 지금도 그 화마(火魔)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고 포항도심의 허파 같은 수도산과 우미골 뒷산, 학산 일대 숲이 사라져 황량한 민둥산으로 변해버렸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가운데 일 년을 지나면서 산불이 주는 피해가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하고 있다. 어린 중학생들이 벌인 불장난이 이렇듯 도시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수십 년 동안 푸른 숲으로 자라 도시민들에게 신선한 산소탱크 역할을 하던 도심녹지를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게 하였고 고귀한 생명과 재산을 잃는 가슴 아픈 일을 만들고 말았다. 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시민들에게 산불의 엄청난 재앙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일로써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라 뒤돌아보기도 싫지만 날씨가 풀리고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면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워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며칠 전 구미시 해평면에 있는 태조산에서도 산불이 일어나 큰 피해를 입힐 뻔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작년에 포항 도심산불로 혼이 난 필자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조바심이 난대는 나름의 연유가 있다. 구미 해평의 태조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소나무가 울창하고 천년 고찰 도리사(桃李寺)가 있으며 구미 산악인들의 요람인 ‘구미산악레포츠공원’이 바로 옆 냉산(692m)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라 더욱 중요한 산이다. 천년고찰 도리사는 신라 최초의 사찰로써 고구려 아도화상이 처음으로 신라에 불교를 전하면서 지은 절이라 전해오고 창건 년대가 신라 19대 눌지왕때(417년) 라고 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 있고 대웅전 앞뜰에 있는 5층 석탑이 보물 제470호로 지정된 구미지역에서는 매우 유명한 절이다. 매년 전국 스포츠클라이밍대회 참가 때마다 찾아가는 유서 깊고 너른 해평 들판을 품고 있는 넉넉한 곳으로 ‘해동최초가람성지 태조산 도리사’란 일주문 현판처럼 유명 사찰이 이번 화재로 큰 화(禍)를 당할 뻔 했는데 다행히 사찰까지는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니 정말 다행이다. 태조산과 바로 붙은 냉산에 있는 구미산악레포츠공원은 구미시가 40만 구미시민들을 위해 30만평 규모의 산악공원을 60억 원이나 투자하여 만들어 놓은 종합산악레포츠공원으로 구미산악인들에게는 보물 같은 곳이기에 산불이 그쪽까지 번지지나 않았는지 궁금해 촉각을 곤두세운 하루였다. 해마다 전국의 스포츠클라이밍 동호인들이 모여 전국스포츠클라이밍대회가 열리는 국제규모의 암벽장이 설치되어 있고 구미지역 전문산악인 양성소인 경북등산학교가 그곳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산불이 천년고찰 뿐만 아니라 거액을 투자하여 만든 시민휴식공간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릴 수 있음을 또 한 번 느끼며 봄철 산행에 모든 산악인들이 산불예방에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산불피해는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국가적 손실 또한 막대하여 해마다 산불경방기간을 6개월이나 정하여 단속하고 있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산불발생이 너무나 안타깝다. 등산인구가 1,800만 명에 육박한다는 통계를 미루어 볼 때 산불발생의 원인이 산행하는 등산객들의 부주의와 실화가 그 주요 원인이 아닐 수 없다. 산을 찾는 애호가들이 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산불예방정신으로 이어진다면 해마다 발생하는 산불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편한 마음으로 말하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에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모두가 하나같이 산불예방에 힘을 모아야한다. 포항도심산불사고 발생 일 년을 떠올리며 우리가 즐겨 찾아나서는 산들이 불길에 휩싸여 푸름을 잃고 아름다운 산세와 맑은 바람이 빛을 잃어 삭막한 황무지로 변하지 않기를 기대하며 이 한 해 산불 때문에 가슴아파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한 순간에 잃어버린 숲을 되찾기에는 수십 년이 걸린다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 한 번 깨우치면서 새 봄을 맞고 싶다. 봄의 기운이 넘쳐나는 3월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나간다. 새 봄의 희망과 함께 산이 더욱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더 이상 우리의 강산이 빛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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