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에서 얻은 교훈
1973년에 일어난 제4차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이 미래를 보는 안목을 바꿔놓았다. 제1차 전쟁부터 3차 전쟁까지 승승장구하였지만 4차 전쟁에서 이집트로부터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패전을 거듭한 이집트는 나세르 사후 집권한 사다트 대통령이 대대적인 군 개혁을 단행하였다. 군 병력을 75만 명까지 증원하는 한편 소련의 지원을 얻어 탱크 32,000대, 대량의 방공 미사일, 대전차 무기까지 확보하고 이스라엘을 침공, 개전 48시간 만에 이스라엘군 17개 여단을 괴멸시키는 한편 시나이반도와 골란공원까지 점령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 전쟁은 UN의 중재로 종식되었지만 그 피해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였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첫째, ‘국방은 조금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는다.’ 둘째, 현대전은 탱크와 대병력의 지상군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 그것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컴퓨터로 제어되는 첨단 무기를 생산하기 위하여서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그에 적합한 특수부대를 만들어야 했다. 셋째, 군사문제에 있어 우방에 의존하는 것은 자멸을 초래한다. 따라서 자주국방만이 자주독립을 지키는 생존의 유일한 방안이다. 이것을 실행하기 위해 미래전략의 첨병을 양성하는 것이다.
독특한 군 복무제도 - 탈피오트
USB를 만든 도모 모란을 비롯하여 인터넷 ‘방화벽’을 개발하여 일약 세계적 부호가 된 길 쉐드 사장 등은 모두 ‘시모네 마타임’이란 정보부대 출신이다. 이 부대를 세칭 ‘8200부대’라고 한다.
이 부대의 모체는 ‘만람’이란 조직인데, 이스라엘군 중앙 컴퓨터 처리 부대로서 이들 업무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군의 중심 조직으로 통신, 보안, 암호, 데이터 처리 등 모든 전자 작전에 관한 연구를 담당 한다. 복무기간 동안 습득한 연구 기술은 사회에 진출하였을 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상승시켜 산업 발전의 선구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군의 전자부대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존재가 ‘시모네 마타임’ 즉 8200부대다. 이 부대는 정보부대에 관한 연구&개발로 시작되었지만 고도의 지식과 능력으로 실질적으로는 이스라엘 하이테크 산업의 부흥을 이끌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개발한 신기술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이 몰리자, 정부는 선별하여 받고 있다. 또 8200부대 출신을 찾는 기업들이 줄을 서고 있다.
군이 어떻게 이렇게 특수한 두뇌부대를 만들어 조국의 국방과 산업의 역군들을 배출할 수 있을까? 이 의문의 열쇠가 바로 탈피오트(Talpiot)란 군 복무제도다.
수십, 수만 명의 입대자 중에 영재급 중의 영재들을 선발하는 신병검사의 정확성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들을 군과 산업의 전사로 만드는 과정 또한 놀라운 일이다.
탈피오트에 선발된 신병은 6개월 동안 하루 14시간, 인간한계를 넘는 훈련을 받는다. 이 훈련을 마치는 병사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이후 히브리대학에서 수학과 물리, 컴퓨터 공학을 복수 전공하는데 보통 2년 반이면 전 과정을 마친다. 그로부터 6년 간 장교로서 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의무 병력과 합산하여 9년을 군에서 근무한다.
이들은 ‘탈피온’이라는 초엘리트 명예를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받는다. 그들이 군복무 중에 연구한 신기술은 개인이 보유하고 산업화하기도 하는데 군에서 관여하지 않는다.
이들이 제대하면 ‘탈피온’이라는 명예 하나로 대학교수는 물론 대기업에서도 임원으로 스카웃되고 있다. 국방의 의무와 산업발전을 연계한 과학 인재의 양성을 국가정책으로 성공시킨 탈피오트 제도는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다.
민수용 항공기, 1988년 발사에 성공한 인공위성 시리즈는 군사첩보위성과 아모스 상업용 위성 성공으로 세계 8대 위성국가가 되었으며, 무인항공기, 반공 미사일 성공 등 모두가 하이테크 성공을 기초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측면에서 탈피오트 제도는 불굴의 이스라엘을 만든 모체가 된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형국이 이스라엘과 닮은데 가 많다. 만시지탄이지만 박근혜정부에서도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를 도입한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차제에 탈피오트 같은 최고의 하이테크 영재들을 양성하여야 한다.
자주국방은 생명선
필자가 텔아비브에서 친지와 함께 시내버스를 승차하면서 놀랐던 것은 기사 좌석 옆에 소총을 비치하여 놓았기에 왠 총이냐고 물었더니 유사시에 적과 싸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길거리에는 현역 군인들이 순찰 중이었다.
그래서 “저기 군인들이 완전무장으로 근무 중인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물으니 “나는 예비군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이 작은 나라가 수 백 배가 넘는 이슬람권과 당당히 맞서 승리하는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931번의 외침을 받은 우리는 자주국방이 생명선이다. 통일 이후라도 외침에 대한 확고한 방어의지가 없다면 강대국들의 농간에 또다시 희생 제물이 될 것이다.
박영근 한동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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