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학아세’(曲學阿世)란 말이 있다. 자기가 배운 바를 굽혀 시류에 아부한다는 말이니, 출세를 위해 자신의 학문을 팔지 말라는 말이다. 오늘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이른바 지도층에 속한 사람 모두가 좋은 학교를 다니고 많이 배웠다는 지식인인데, 존경 받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곡학아세의 경구를 마음깊이 새기지 않은 듯하다.
“곡학아세(曲學阿世)란 올바른(正) 학문(學)에 힘써(務)서(以) 말(言)을 하라. 학문(學)을 굽혀(曲) 세상(世)에 아부(阿)해서는 안 된다(無).”의 풀이가 되는 것이니, 국가의 녹(祿)을 먹는 관리가 올바르게 배운 것을 가지고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눈이 멀어 권모술수(權謀術數)로 개인의 욕망을 이루려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 잘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인 것 같다.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직에만 나가면 개인의 잇속 차리기에 급급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배움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들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警句)가 아닌가 한다. 이 말은 미디어가 발달하고 사회구조가 복잡해진 요즘 세상에서 더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권위 있는 지식인의 발언이 갖는 파급력은 사실도 거짓으로 만들어버릴 힘이 있기 때문이다.
청백리(淸白吏)의 표상’으로 알려진 황희(黃喜, 1363~1452) 정승. 오늘날로 치면 모범 공무원, 즉 티 없이 맑고 깨끗한 관리를 일러 청백리라고 한다.
다산 정약용에 따르면 청백리란 ‘봉급 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않고, 먹고 남은 것은 집에 가지고 가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돌아갈 때는 한 필의 말로 조촐하게 가는 자’를 말하는데, 조선조를 통틀어 이러한 조건에 가장 부합되는 청백리는 황희 정승이라고 한다.
상주시에서는 6.4 지방선거에 벌써부터 출마자들이 암암리에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앞 다투어 지방선거 기사를 다루고 있다. 4년 동안 주민들이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실망과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질과 능력이 뛰어난 후보자가 주민의 대표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만큼 도덕성과 사명감은 더 무겁고 더 중요하다. 도덕적으로 완벽을 요구해서는 안되지만 적어도 이 시대 상식적 국민들의 도덕수준은 넘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만 리더십에 정당성과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성숙한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
지금 이 순간 출마자는 물론이고 공직생활에 몸 담고 있는 모두는 ‘곡학아세’(曲學阿世)란 글귀를 가슴에 새기고 맹사성, 황희 정승 등 청백리의 길을 걸었던 분들의 뜻을 이어받아 청렴하고 공정한 상주시를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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