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반(反)인도 범죄`가 자행됐고 이러한 인권침해는 최고지도층의 정책과 결정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는 또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데 대해 국제사회는 `보호책임`(R2P: Responsibility to People)을 져야 하고, 반인도 범죄 책임자 처벌 등 다각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는 17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마이클 커비 위원장과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런 내용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AP통신은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북한 정부를 회부하라는 권고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는 또 위원회가 수집한 자료와 증거를 토대로 반인도 범죄에 대해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한 작업을 지원하고, 북한의 인권침해 증거를 보존하는 등의 역할을 할 유엔 내 북한 인권 담당 조직 강화를 제안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북한의 인권 탄압으로 인한 살해, 노예화, 고문, 투옥, 성폭행, 강제 낙태, 강제적 이동, 강제실종, 그리고 한국·일본인의 광범위한 납치 등 다수의 범죄 증거를 제시하고 북한의 이른바 `성분` 제도와 북한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강제노동·처형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 등 북한 주변국들에 대해서도 탈북자 강제송환금지 원칙의 준수와 탈북민 보호, 인신매매 관련 피해자 보호, 북한 정보원에 의한 탈북민 납치 방지 조치 시행 등을 촉구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정치범수용소 폐쇄, 사형제 폐지, 반인도 범죄 책임자 처벌 보장, 북한 내 유엔 인권최고대표(OHCHR) 사무소 설치 수락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고서는 북한의 반인도 범죄에 대한 구체적 책임의 소재나 책임자의 명단 등은 기술하지 않았으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름이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등과 관련한 내용도 다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16일 국제사회의 보호책임(R2P)은 특정국가가 반인도 범죄, 집단살해, 인종청소 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유엔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라며 지난 2005년 유엔 정상회의 결의, 2006년 안전보장이사회 재확인을 거쳐 국제규범으로 확립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1년 리비아 사태 때 무아마르 카다피의 학살로부터 리비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처음 적용한 이래 실효성을 다져왔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 커비 위원장도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센터(NP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여부와 관련해 "북한이 ICC 가입국이 아니지만, 인권침해와 같은 심각한 국제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ICC에 사건을 제소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는 지난해 3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유럽연합(EU)의 북한 인권조사 기구 창설 등이 포함된 대북 인권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1년간 북한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왔다. 특히 조사위의 보고서 내용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ICC에 기소할 근거가 될 수 있을지가 관심을 끌었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 고문, 임의적 구금 등 9개 분야로 세분하고 탈북자들의 진술과 한국, 일본, 영국, 미국 등에서의 청문회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이제까지 나온 것 중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 보고서이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는 이번에 발표한 내용을 정리해 다음달 17일 유엔인권위 25차 정례회의에 정식 보고할 계획이다. 유엔인권위는 내달말 북한 인권조사위 보고서를 토대로 후속 조치 등을 담은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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