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았던 2010년은 러시아 출신의 여성 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Yulianna Avdeeva·29)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한 해다. 이해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6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여해 우승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대거 몰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이 콩쿠르에서 아브제예바는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후 45년 만에 배출된 여성 우승자였다. 그는 모스크바 국립그네신 음악대학에서 5살 때부터 피아노 레슨을 시작해 취리히예술대학을 졸업했다. 콘스탄틴 체르바코브를 사사했고 2008년부터 국제 피아노 아카데미 레이크 코모에서 공부했다. 12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난 아브제예바는 "콩쿠르 기간에 바르샤바에서 보냈던 시간은 평생 내 기억 속에 가장 흥미진진하고 근사한 시간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거리를 걷고 쇼팽이 잠든 교회나 쇼팽 박물관처럼 쇼팽과 관련된 장소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얻었어요. 그런 분위기는 쇼팽의 음악에 집중하고 저를 응원해준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고요. 수상 소식을 들었던 순간은 잊지 못할 겁니다. 그때 그 느낌은 평생 가져가게 될 것 같아요." 그러나 그는 수상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불거진 판정 시비로 뜻하지 않게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당시 콩쿠르에 참가했던 오스트리아 출신 잉골프 분더가 두드러진 무대 장악력으로 청중을 휘어잡으며 관객상과 특별상을 휩쓸고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게 논란이 됐다. 힘겨운 노력 끝에 얻은 수상의 영예였던 만큼 상처로 남았을 법한데 당시를 회상하는 아브제예바는 뜻밖에 담담하다. "음악계 전반의 특징이 바로 음악을 해석하는 데 있어 너무나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이 있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럼에도 제 목표는 제가 연주하는 곡과 흥미진진한 음악적 여정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쇼팽 콩쿠르 우승 후 그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 교향악단과 협연하며 차근차근 실력을 입증해나갔다. 그리고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일본을 포함한 투어에 이어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과도 만난다. 내한공연에서는 슈베르트의 `세 개의 피아노 모음곡`과 리스트 `순례의 해 2년 : 이탈리아` 중 제7곡 `단테를 읽고` 그리고 쇼팽 콩쿠르 우승자답게 쇼팽 24개의 프렐류드를 연주한다. 세 작곡가의 작품을 레퍼토리에 포함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어봤다. "슈베르트, 리스트, 쇼팽은 서로 음악적인 연결고리를 가진 것 같아요. 그들이 제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는 피아노도 사람의 목소리처럼 노래하는 악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장 먼저 발견한 작곡가들이라는 것이죠." 쇼팽의 24개의 프렐류드를 포함한 것은 쇼팽이 곡 대부분을 작곡한 곳인 스페인 마요르카섬을 방문하고서 받은 영감이 계기가 됐다. "쇼팽이 이 곡들을 쓰게끔 영감을 준 자연과 환경에 둘러싸였던 경험은 저를 쇼팽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한 것 같아서 이 곡에 대해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 공연을 마치면 프랑스에서 슈베르트, 프로코피예프, 쇼팽을 포함한 음반 녹음도 진행할 예정이다. 처음 만나는 한국 관객들에게 그는 어떤 무대를 선사하고 싶을까. "제가 생각하는 공연의 중요한 요소 3가지는 작곡가, 청중, 그리고 저 자신입니다. 공연이란 그 세 가지 요소가 서로서로 나누는 대화이고요. 청중과의 소통을 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피아노 리사이틀 = 2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관람료 3만5천~7만5천원. ☎02-2658-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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