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혁의 장애세력이 중앙정치를 콘트롤 하는 국회의원들임에도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그 책임을 자치단체장들에게 전가하는 웃지못할 기현상을 지금 국민들은 보고 있다. 더욱이 그 중심에 새누리당이 있다니 정말 한심한 지경이다.
새누리당의 수도권 일부 의원들과 구 친이계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광역단체장의 3선을 차단하자면서 공천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보도다. 그런데 그 내용이 참으로 요상하다.
즉 광역단체장에 3선의 기회를 주면 새누리당의 참신한 개혁적 이미지가 손상되니 공천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요설이다. 여당 참패론의 진원지가 마치 지방단체장 3선 때문인 것처럼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자가당착도 보통이 아닌 중병상태다
정치개혁은 누가 먼저 해야 하는가?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개혁을 떠드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국민들은 사시장철 싸움만 하는 국회를 없애버리자는 것이 요즘 여론이다.
개혁의 초점은 2013년 대선 때 국민들과 약속한 공약이다. 세비 30%인하, 국회의원 소환제, 불체포 특권 포기, 무임승차, 국민에게 공청권 환원,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약속한 그 ‘공약’을 실천해야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지고 따라서 이미지도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다.
그 약속은 팽개치고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공약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복지정책’처럼 재정적 여건이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장애 요인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붙들고 있는 것은 자기 것은 주지 않겠다는 극단적 이기심 때문이다. 부끄럽지 않은가! 그래놓고 그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돌리는 것은 후안무치가 들었으면 졸도하였을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나 여타 정당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라 불통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원칙대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이 국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지 결코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더욱이 수도권 의원들과 친이계가 이 문제에 대하여 앞장선다니 벼룩이도 XX이 있다는데, 무슨 염치로 앞장서서 3선 불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펼치고 있는지 꼴불견이다. 수도권 의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4년 전 서울 선거가 어떻게 되었는가? 민주당 공천의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 등을 석권하면서 오늘 수도 서울이 민주당 공화국이 되지 않았는가! 이 결과는 국민의 선택이다. 국민들은 민주당 공천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새누리당 서울 출신 국회의원들의 공천이 잘못되어 전패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자숙하는 체라도 하여야지, 엉뚱한 지방단체장의 3선 문제를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영 체면이 서지 않는 처사다.
친이계만이라도 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편 가르기를 할 처지가 되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오늘의 친박을 탄생시킨 정치세력이 누구였던가를 벌써 잊어버렸다면 건망증 정도가 아니라 치매현상이다.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거하는 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경력을 가진 정동영 전 의원의 행각이다. “노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조용히 쉬십시오” 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전력을 영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한마디가 대표적 요설행각이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에 3선이 아니라 5선을 하던, 10선을 하던 그것은 그 단체장을 선출하는 시ㆍ도, 시ㆍ군민의 몫이다. 중앙당이 아무리 공천을 하여도 선출권자인 유권자는 출마자의 자격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령 문제를 갖고 왈가왈부하는데 건강만 하다면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포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중앙정계를 호령하시던 하태환 선생님께서, 국회의원에 출마하시겠다니 부인께서 한쪽 다리도 성하지 못하신 분이 무슨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하셨다.
하 선생님은 한쪽 다리가 불구여서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다. 그때 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국회의원이 마라톤 경기하는 사람이냐”고 답변하셨다는 일화는 오래도록 명언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 나이 70대는 환갑잔치를 하던 시절의 50대 중반의 나이다. 평균수명이 16년이나 연장 되었다는 사실을 무시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치단체장들의 공헌도는 이미 확인되고 있다. 실례이지만 ‘이스탄불-경주세계엑스포’ 같은 행사는 중앙정부도 감히 염두를 못할 대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서구문명과 동양문화의 중심이 되는 교차점에 한국의 위상을 깊이 각인시킴으로 정치ㆍ문화ㆍ경제ㆍ역사 등 다방면의 교두보를 확보하였다. 이러한 성공을 일개 자치단체장이 한 것이다.
일관성 있는 자치행정, 개성 있는 자치행정, 주민들과 함께하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창조하는 자치행정을 위해서는 능력 있는 인사에게 자격제한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영근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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