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街)의 대형 은행들과 신용평가사들이 유로존 붕괴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유로화 사용 17개국(유로존) 가운데 어느 나라가 탈퇴할지, 또는 유로존 전체가 붕괴할지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유로존에서 1개 혹은 2개 국가가 탈퇴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ING은행의 마크 클리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최대 골칫덩이인 그리스가 탈퇴한다면 유로화 가치가 하락해 `1유로=1달러`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유로화는 유로당 1.34달러 수준이다. 만약 유로존이 완전히 붕괴해 회원국이 예전처럼 각국의 통화로 복귀한다면 유로당 85센트 수준으로 유로화가 급락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아일랜드의 펀트화와 이탈리아의 리라화는 독일의 마르크화에 비해 25%가량 절하되고, 스페인의 페세타화와 그리스의 드라크마화의 가치는 마르크화보다 각각 50%와 8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유로존이 붕괴할 때 유로존 경제가 받을 충격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사태보다 더 클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도 유로존 붕괴가 현실화하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의 통화는 달러 대비 하락하고 독일과 네덜란드, 아일랜드 통화는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만약 독일만 유로존을 떠날 경우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은 2%가량 하락하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혹은 스페인이 떠난다면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2~3%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측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최근 고객들에게 "시장이 유로화의 마지막 날들에 진입한 것 같다"며 유로존 붕괴 가능성을 주지시켰다. 신용평가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무디스는 얼마 전 유럽의 혼란을 잠재울 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유로존 국가 신용등급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며 경고음을 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로존 붕괴 위험이 커지고는 있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유로화 붕괴를 둘러싼 시나리오가 너무 많아서 대비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크레디트스위스의 글로벌 담당인 필립 바산은 "분석을 할 때 가정이 너무나 많고 특정 결론으로 이끌 분명한 메커니즘도 없는 상태로, 실질적인 조치보다 분석만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무질서한 붕괴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는 공감한다. UBS는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현재 통화동맹은 독재나 군사정부, 내전 없이는 붕괴될 수 없다"면서 유로화 붕괴가 유럽의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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