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駐韓) 이스라엘 대사관 무관(武官)인 사이 브로벤드 대령이 “한국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만 적어도 군 생활이 가치 없이 버려지는 시간인 양 인식되는 것은 큰 문제”라 하면서 “한국도 군이 국민으로부터 더 사랑받을 방법을 연구하기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무관의 조언
브로벤드 대령은 필리핀ㆍ베트남ㆍ호주 등 광활한 아시아권을 담당하고 있는 정치군인으로서 그의 발언은 한국을 상당히 깊이 있게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그 조언이 커다란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한국군도 이제 변화를 도모할 때가 되었다.
군 생활이 가치 없는 허송세월일까?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생각하였던 대표적인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2006년 12월 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 그 동안에 열심히 활동하고 장가를 일찍 보내야 아이를 일찍 낳을 것 아니냐 …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 내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미국한테 ‘형님, 형님 백만 믿겠다.’ 이게 자주국가 국민들의 안보의식일수 있겠나” 고 망발을 쏟아냈다.
국가 통수권자이며 3군의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이 국가보위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군 장병에 대하여 군 생활을
‘썩고 있다’는 표현을 하였으니 그렇지 않아도 경쟁사회에서 몇 년을 묶여 있는 젊은이들이 정말 썩고 있다고 착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하여 징병제를 폐기하고 직업군인 제도를 도입한다면 엄청난 국방비를 우리 경제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특히 북한과 같이 1백만 명이 넘는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와 군사력의 균형을 이루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군 복무를 국방의무도 수행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사회진출의 교두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창조적 인재 양성의 이스라엘 군
이스라엘이 벤처기업으로 엄청난 국부( 國富)를 일으키는 근원이 군대 생활에서 다져진 결과라고 한다. 예를 들면 세계 최초로 USB 메모리를 발명하여 16억 달러라는 거금을 벌어들인 ‘도모 모란’ 은 군에서 제대하자 모두(Modu)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그가 지닌 특허와 주식을 팔아 일약 갑부의 반열에 올랐다. 도모 모란은 군에서 근무할 때, 컴퓨터 기술 파트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이 신기술을 연구하였다.
인터넷망에 아무나 침입할 수 없는 ‘방화벽’을 개발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체크포인트사’의 ‘길 쉐드’ 사장은 총액 3백억 달러가 넘는 회사 소유자인데, 2012년에는 매출이 13억 4,270억 달러나 되었으며 개인재산만도 10억 달러가 넘는 부호다.
길 쉐드 사장은 어떻게 이러한 기술을 익혔을까? 그는 군에서 ‘시모네 마타임’이란 정보 부대에서 인터넷 컴퓨터 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기밀자료의 보안을 4년간이나 담당하였다. 그때 컴퓨터 시장이 급속히 확장되는 추세를 보고, 필연적으로 다가올 문제 중에 하나가 해킹일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렇다면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해커의 공격을 차단하는 ‘방어벽’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단정하고 연구하여 결실을 본 것이다.
제대 후 3명의 동료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고 이 기술을 세계시장에 내어 놓자 세계적 소프트웨어 회사인 썬마이크로시스템이 수십억 달러로 구입하였다. 이러한 실례는 이스라엘에서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군대에서 어떻게 이러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을까? 인구 650만 명밖에 안 되는 소국이 1억이 넘는 이슬람권과 밤낮이 없는 대치로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 부담과, 앞으로 닥칠 수많은 전쟁을 하고서도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강국(强國)되는 길뿐이다. 그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바탕이 되어야하는데 그 바탕은 기술력뿐이라는 결론에서 정부 차원에서 군을 ‘창조경제’의 아지트로 만든 것이다. 그것이 국가미래기획정책이다.
고등학교 2학년은 징집되기 1년 전이다. 모든 학생은 이때 엄격하기로 유명한 신병검사소에서 적성검사를 받는다. 이때 가장 중요한 모멘트가 한국처럼 무조건 당국의 기획에 따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적성이 어떤 부대에 적합하나의 판단을 최고의 가치에 두고 근무 부대를 결정하는데, 적성검사는 신체 조건, 성격, 학교 성적, 사회봉사 경력 등을 모든 것을 취합한 것에 본인의 희망 근무지를 합산하여 부대배치를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자원은 따로 관리한다.
이 자원이 이스라엘을 미래기획을 담당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된다. 즉 군이 국가미래를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는 또 하나의 교육기관이 되는 것이다. 군 복무와 사회적응 훈련과 학교 교육을 병행하는 특이한 제도라고 보아야 한다.
박영근 한동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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