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무적무우(無敵無友ㆍ친구도 적도 없는 중국의 전통적 중립 비동맹외교 노선) 외교정책에서 친구와 적을 확실히 구분하는 분발유위(奮發有爲ㆍ분발해서 이뤄낸다)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친중매체인 홍콩 성도일보는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생일을 축하하는 친필 서명 서한을 보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를 ‘한국과 연합해 일본을 제압한다’는 ‘연한제일’(聯韓制日)로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하얼빈 안중근 의사 기념관 건립, 올해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의사 피력 등도 연한제일의 연장선상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옛 소련이나 지금의 러시아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왔던 외교 전략도 바뀌고 있다.
시 주석은 취임후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고, 이번 소치 올림픽에도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더욱이 ‘혈맹’으로 여겨온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는 도드라진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아태발전보고’에서 “중국이 지정학적 자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해 어떤 충고도 듣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북한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기술했다.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이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맹목적으로 북한을 지원해온 기존의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중국 외교 노선의 변화는 G2의 한 축으로 급성장한 국력이 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최근 우경화 경향과 중일간 센카쿠 분쟁 등 동북아 상황의 급변이 그 단초를 제공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 아베 정권의 과거 침략역사 미화행위는 정부 당국자들 뿐 아니라 이제 친아베의 전위대 노릇을 하는 NHK 고위간부들로 퍼지고 있고, 심지어 2차 세계대전당시 자살특공대(가미카제) 유서를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명목으로 신군국주의를 꾀하면서 주변국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비분강개하는 한국과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중국의 태도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지금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은 국장급 외교채널까지 끊긴 사실상 외교단절 상태에 놓여 있다. 심지어 아베 스스로도 현 동북아 상황이 1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할 정도다.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또 이러한 초긴장 국면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도 별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중국 역시 동북공정 등으로 우리와 역사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연말 방공식별구역 논란에서 보았듯 이어도 등을 둘러싼 영토분쟁의 가능성도 엄존하는 국가다. 또한 중국의 ‘연한제일’에는 한미일 3각 안보동맹을 균열내고 미국과의 동아시아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속내도 분명 있을 것이다. 북한과 일본이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밀리에 당국자 회담을 가졌다는 보도도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고립된 북한이 한일 갈등 와중에서 일본을 통해 경제적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동북아 주요국인 남북한과 중국 일본이 얽히고 설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동북아 정세다. 현 정세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는 비상해야 한다. 외교부에만 맡길 사안이 아니다. 범정부 차원, 아니 범국가적 차원의 논의와 대처가 필요하다. 각계 최고 전문가와 현자(賢子)들의 집단 논의기구를 내밀하게 가동시키는 것도 검토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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