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만화제의 하나인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100컷 짜리 만화가 유럽인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문화영상진흥원은 앙굴렘극장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을 찾은 입장객이 1월30일∼2월1일 사흘 동안 총 1만3천2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나흘동안 열리는 기획전이어서 관람객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기획전은 일본 측의 지속적인 전시 취소 압력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조직위측이 “감춰온 역사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며 전시회를 강행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만화강국’인 일본이 이 축제예산의 30%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위측이 위안부 전시회를 열기로 결정한 것은 그야말로 용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한국 기획전에 대응해 아시아관 홍보 부스에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왜곡한 작품들을 전시하려다 조직위측으로부터 부스를 철거당한 일본측이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위안부 전시가 만화를 통한 국제문화교류의 촉진, 우호 친선을 취지로 하는 앙굴렘 만화제의 정신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니 일본의 후안무치가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달 31일에는 미국 연방하원의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 있는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소녀상을 참배하고 “일본의 전쟁범죄는 학교에서 배워야 할 역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타계한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 할머니의 영정이 마련된 분향소에 무릎을 꿇고 조의를 표했다고 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하원 외교위원장이 소녀상을 참배하고 위안부 할머니에게 조의를 표한 것은 일본의 최근 과거사 도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만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아시아 순방길에 당초 계획했던 일본 국빈방문을 축소하거나 한국 방문 일정을 끼워넣어 균형을 맞추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본의 최대우방인 미국마저도 일본의 역사 도발에는 강력한 경고를 주저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의 역사도발은 끝이 없다. 문부과학성이 최근 중고교 모든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한 데 이어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며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고자 하는 시도를 구체화하고 있다. 그는 또 과거사에 관해 역대 내각의 인식, 즉 무라야마 담화에 담긴 인식을 계승한다면서도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은 거론하지 않아 역사인식에 대한 의구심을 다시 증폭시켰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미 버지니아 주 의회의 동해병기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대형로펌과 거액의 용역계약을 맺고 광범위한 조직적 로비를 벌여온 사실이 연합뉴스 취재로 확인되기도 했다. 외국 공관이 주재국 지방자치단체의 특정 입법활동을 저지할 목적으로 거액의 돈을 들여 노골적인 개입행위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이 아무리 돈으로 자신들의 과거사를 지우려 해도 역사의 진실은 가려지지 않는다. 앙굴렘 만화페스티벌 조직위가 이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속물주의적 졸부 근성은 100컷 짜리 진실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