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집행유예 기간 중인 사람과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을 각각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오는 6·4 지방선거부터 투표권자 수가 대폭 늘게 됐다.
또 총선에서 2% 미만 득표해 등록이 취소됐던 소수 정당도 6·4 선거부터 기존 당명으로 후보를 낼 수 있게 됨에 따라 6·4 선거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 집행유예자 6·4 지방선거 투표 가능 = 헌재는 28일 집행유예중인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당장 오는 6·4 지방선거부터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위헌 결정은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되찾고자 3차례 헌법소원을 낸 끝에 받아낸 것이다.
2004년에는 재판관 8(합헌)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났고, 2009년에는 재판관 5(위헌)대 3(기각)대 1(각하) 의견으로 위헌 의견이 더 많았지만 위헌정족수(6명)에 못 미쳐 또다시 합헌 결정이 난 바 있다.
헌재가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놓는 동안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1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도 법무부 장관에게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필요 최소한의 경우에 한정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범죄 내용이나 경중을 따져 집행유예자나 가석방자 등 비교적 (범죄가) 가벼운 수형자에게는 선거권 부여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한 것은 집행유예자들은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일반인과 동일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선거권을 제한해서 얻는 공익보다 이로인해 침해되는 `민주적 선거제도`의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집행유예자까지 선거권을 제한하는 외국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했다.
캐나다와 이스라엘, 스웨덴 등은 집행유예자는 물론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 수형자 선거권 제한 헌법불합치…개정입법시기 주목 = 헌재는 같은 법에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사실상 위헌과 같은 취지이지만 즉시 해당 법률을 무효화하면 입법 미비로 큰 혼란이 야기돼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헌재는 늦어도 2015년 12월31일까지는 개선입법을 하도록 하고 그때까지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
하지만 헌재가 상정한 기한 안에 개정안 입법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표적으로 헌재는 지난 2009년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개정 시한을 2010년 6월로 제시했지만, 개정안 입법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가 제때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돼 2016년 첫 선거부터는 수형자도 선거권을 가지게 된다.
1988년 헌법재판소가 생긴 이래 지난해 말까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것은 모두 127건이다. 이 가운데 13개 조항이 아직 개정되지 않고 있다. 5개 조항은 국회 계류 중이고, 입법기간이 지난 것도 4건이다.
◇녹색당·진보신당 기존 당명으로 6·4선거 후보 배출 가능 =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해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조항도 위헌 결정이 나면서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진보신당·청년당 이름으로 출마한 후보자를 볼 수 있게 됐다.
녹색당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의석을 얻지 못해 정당 등록이 취소되고 당명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그해 10월 녹색당 더하기라는 이름으로 다시 정당등록을 했다.
같은 이유로 등록이 취소된 진보신당은 지난해 7월 당명을 노동당으로 바꿨다.
헌재 결정으로 당명을 되찾을 수 있게 된 녹색당은 당장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 이름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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