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론 연구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72)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탈출 불가능한 블랙홀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네이처 뉴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호킹 교수는 최근 발표한 `블랙홀에서 정보 보존과 일기 예보`(Information Preservation and Weather Forecasting for Black Holes)라는 글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런 발언을 했다.
케임브리지대 이론 우주론 연구센터장인 호킹 교수는 지난 2004년에도 이와 유사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호킹 교수는 "(미시 세계를 정밀하게 탐구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양자론적 효과`를 감안하지 않은) 고전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블랙홀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다"며 "그러나 양자론적으로 따지면 블랙홀에서 에너지나 정보가 탈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 주변에는 `사건 지평`(event horizon) 이라는 것이 형성되며 그 안쪽으로 들어가면 중력이 너무나 강해 심지어 빛조차도 영원히 탈출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양자론적 효과를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생긴다는 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6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에 관한 이론으로 실험과 관측에 의해 확고히 입증됐으나 양자론적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고전적` 이론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자연계의 모든 기본 힘들을 통합해 다루는 과학 이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적 과제가 `중력에 관한 양자론적 이론`을 만드는 것이다.
`양자 중력론`(quantum gravity) 또는 `양자론적 일반상대성이론`(quantum general relativity)이라고 불리는 이런 이론이 만약 수학적으로 문제가 없음이 입증되고 실험과 관측으로 검증된다면 고전적 일반상대성이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런 이론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돌파구가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호킹 교수는 양자 중력론의 가능성에 대해 "올바른 접근 방법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호킹 교수의 새 논문은 약 2년 전 조지프 폴친스키 캘리포니아대(UC) 샌타바버라 교수 등이 내놓은 `블랙홀 불벽 역설`(black hole firewall paradox)이라는 사고실험(思考實驗·Gedankenexperiment)에 대한 답을 내놓으려는 시도다.
호킹 교수는 `만약 우주비행사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 지금까지 제시된 답들과 다른 `제3의 답`을 내놓았다.
고전적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우주비행사는 `사건 지평`을 통과해서 블랙홀의 중심부로 가까이 다가가다가, 결국 엄청난 중력 탓에 몸이 엿가락처럼 늘어져서 죽고, 그 몸을 구성하던 물질들은 중심부에 있는 밀도 무한대의 `특이점`(singularity point)으로 들어가 납작하게 찌부러진다.
여기서 양자론적 효과를 고려하면 사건 지평에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불벽`(firewall)이 형성되며, 이 때문에 우주비행사는 사건 지평을 통과하기 전에 순식간에 타 죽을 것이라는 답도 제시됐다. 다만 이 경우는 일반상대성이론이나 양자론의 핵심 전제를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호킹 교수는 이에 대해 "블랙홀 주변에 중력 붕괴로 인한 `겉보기 지평`(apparent horizon)은 존재하지만 탈출이 완전히 불가능하고 정보가 완전히 소실되는 `사건 지평`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제3의 답을 내놓았다.
이 글은 지난 22일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이 학술지 게재 전에 논문을 미리 발표하는 데 자주 쓰는 사이트인 `아카이브`(www.arXiv.org)를 통해 발표됐다.
호킹 교수가 단독 저자인 이 글(https://arxiv.or1401.5761)은 아직 학술지에 게재되지 않았고, 따라서 전문가들의 동료 심사(peer review) 등 검증을 받지는 않았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