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가 유혈 충돌로 격화하는 가운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정국 수습을 위해 야권에 총리직을 제안하고 개헌도 약속했으나 야권은 조기 대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노력을 펼쳐온 야당 지도자 아르세니 야체뉵 전 외무장관에게 총리 자리를 넘길 의향을 밝혔다.
올레나 루카슈 법무장관은 "만일 야체뉵이 총리직을 받아들이면 바로 내각 총사퇴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체뉵은 우크라이나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당수이다.
또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부총리 자리 하나도 역시 야권 지도자인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에 주겠다고 말했다.
루캬슈 장관은 복싱 세계챔피언 출신인 클리치코 당수에게는 인도문제 담당 부총리를 맡으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야권의 요구 사항 중 하나인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를 결합하는 형태의 공화제로 헌법을 개정하는 논의도 하겠다고 언명했다.
개헌이 이뤄지면 총리는 더 많은 권한을 가지며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가 선출하게 된다.
야누코비치는 현재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차기 총선은 2017년 실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제안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으로선 야권의 분노를 진정시키려는 양보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최대 야당 지도자인 야체뉵 당수는 "우리는 그들의 말을 단 한마디도 믿을 수 없다. 그저 행동과 결과만을 믿을 뿐이다"라며 당장은 제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해석되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는 시위대 앞에서 "의회 임시회가 있는 28일이 판단의 날"이라며 내각 개편과 최근 강화된 집회 규제법 개정 등 야권 요구 사항에 대한 여권의 태도를 지켜보고 다음 정치행동의 수순을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제안을 거부하지도 수용하지도 않는다. 야권의 3개 세력이 심도 있게 협의하고 있다"면서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정적인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를 비롯한 정치범 석방을 촉구했다.
또 클리치코 당수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지지하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쫓는 선거들을 올해 치러야 한다"면서 이번 제안을 거부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작년 11월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위해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을 중단해 야권의 거센 반발 시위를 불렀다. 시위는 한때 소강상태였으나 최근 여당이 강력한 집회 규제법을 만들자 다시 격화해 유혈충돌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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